[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세계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넘어서며, 기존 삼원계 배터리를 압도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과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가 LFP 배터리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증산이 몰리면서 공급 과잉에 진입한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LFP 배터리용 양극재 시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LFP 양극재 공급과잉 경고에도 중국 공격적 증설, K배터리 양극재 진퇴양난 빠지나

▲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모형. <연합뉴스>


그럼에도 중국 양극재 기업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증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 양극재 기업들이 본격적인 LFP 양극재 생산에 돌입할 예정인데, 중국 기업들이 LFP 양극재 기술과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를 개발해 중국산 LFP 양극재와 경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LFP 배터리의 급격한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사실상 사장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양극재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차세대 LFP 양극재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소비자가전(CE)에 탑재된 LFP 양극재는 총 240만 톤을 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삼원계 양극재 탑재량은 100만 톤 수준에 불과했다.

2025년 중국은 총 300만 톤의 LFP 양극재를 생산했다. 중국 전체 LFP 양극재 생산능력은 이미 500만 톤을 넘었고, 관련 시장은 공급 과잉에 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급 과잉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 양극재 기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LFP 양극재 1위 기업인 중국 후난위넝(Hunan Yuneng)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 72만6천 톤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6만 톤 규모의 증설 작업을 완료했고, 지난해 말에는 30만 톤의 추가 증설 계획을 밝혔다. 스페인에도 연 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FP 양극재 3위 기업인 중국 다이나노닉(Dynanonic)도 올해 1월 CATL과 8만 톤, 이브(EVE)와 15만 톤의 LFP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했다. CATL의 자회사 브런프(BRUNP)는 지난달 29일 4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공장을 착공했다.

이미 LFP 양극재의 충분한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이 서둘러 증설을 진행하는 것은 한국의 LFP 양극재 시장 진입 이후의 상황을 내다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중국 기업들이 증설하는 생산시설이 대부분 4세대 이상의 고밀도 LFP 양극재를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범용되고 있는 2~3세대 LFP 양극재는 에너지밀도(PD)가 2.4~2.5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번 증설을 통해 PD 2.5 이상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국의 4세대 이상 고밀도 LFP 양극재는 전체 생산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이를 2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LFP 양극재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다.
 
LFP 양극재 공급과잉 경고에도 중국 공격적 증설, K배터리 양극재 진퇴양난 빠지나

▲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LFP 저가공세에 대응해 개발한 LMR 배터리가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사진은 LMR 배터리 소개 이미지. < LG에너지솔루션 >


국내 엘앤에프는 올해 하반기 국내 양극재 기업 최초로 LFP 양극재를 양산한다. 다만 초기 출하 제품은 3세대인 것으로 확인된다.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은 빨라도 내년부터 LFP 양극재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LFP 양극재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 이어 기술개발 속도경쟁에서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CATL은 지난해 11월 5세대 LFP 양극재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6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흐름이라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뒤쫓아가는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 양극재 기업들이 중국의 LFP 배터리 저가공세에 대응해 야심차게 내놓은 차별화 전략도 무산될 분위기다. 국내 양극재 기업이 꺼내든 카드는 LMR 양극재였다. LMR 양극재는 LFP 양극재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에너지밀도가 30% 가량 우월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는 수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LMR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마땅한 공급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LMR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전기차 생산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잠재적 공급 후보였던 혼다도 전기차 생산 계획을 연기한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이 LFP 양극재의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어 기술력에서도 한국이 한 수 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 메이저 양극재 업체들이 공급 과잉 우려에도 추가 증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2026년 초부터 고밀도 LFP 대규모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