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 영국 연구진 "한국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세계 최대, 수출입은행이 가장 위험"
- 한국이 해운금융 분야에서 좌초자산 리스크가 가장 큰 국가라는 분석이 나왔다.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27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에너지연구소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의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비중이 71%에 이르러 전 세계 평균(24%)보다 2.9배 높다'고 전했다. 이는 전 세계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현재 한국은 해운 분야 투자액의 거의 절반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쪽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은 전체 해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 운반선인 것으로 나타났다.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수출입은행은 화석연료 운반선이 포트폴리오를 지배하는 극소수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라며 '한국은 좌초자산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국가와 민간 금융 부문 모두에 더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좌초자산이란 시방 변화, 기술 혁신, 규제 등으로 예상 수명을 다하기 전에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가치가 없어지게 된 자산을 말한다.현재 국제사회에서는 41개국이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에 가입해 화석연료 공적금융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수출신용기금(EIFO)은 2022년 LNG 선박에 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유럽투자은행(EIB), 영국 수출입은행(UKEF)도 2021년부터 같은 조치를 취했다.이번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는 공개된 금융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해운금융의 약 25~40%를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것으로 추정됐다.기후솔루션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한국 관련 노출도를 업데이트하고 보충해 '한국의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노출 분석' 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번 브리프는 차규근 조혁혁신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수은 제출 자료를 토대로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해운금융 노출 규모를 재평가했다.분석을 진행한 결과 수출입은행은 2015~2025년 동안 LNG운반선에 41조3천억 원을 지원했고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5개 공적금융기관 모두를 포함하면 해당 규모는 58조8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차규근 의원은 '41개국이 이미 화석연료 공적금융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약속한 상황에서 한국만 어떤 제동장치 없이 화석연료 금융을 확장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진입할 선박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좌초자산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신은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한국 해운금융 리스크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며 '국회 자료로 확인된 58조8천억 원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추정된 것보다 훨씬 크고 보증 리스크까지 포함하면 실제 노출도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