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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조연이 빛나는 무신사 조만호의 70:30 법칙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조연이 빛나는 무신사 조만호의 70:30 법칙
마치 룩북(Lookbook) 속을 걷는 듯했다. 골목들을 꺾어 들 때마다, 거대한 화보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졌다. 바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다.그런 성수동은 무신사(MUSINSA)가 구축한 거대한 '패션 영토'에 가까웠다. 젊은 창업자 조만호(42) 총괄대표가 유니콘기업으로 키워낸 무신사의 영향력은 이곳에선 절대적이다.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본사를 압구정에서 성수로 이전한 건 2022년이다. 성수동 거리를 걷다 보면 무신사 킥스, 무신사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등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만난다. 특히 4월 24일 정식 오픈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무신사 상권의 상징과도 같다.'성수다움'에 '무신사다움'이 포개지면서 성수동은 단순한 힙플레이스를 넘어, 조만호 대표가 꿈꿨던 패션 생태계의 실사판으로 변모했다. 3선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원오는 성수동의 변화와 변신을 다룬 책 '성수동'에서 이렇게 적었다."무신사 박준모 대표는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로 '감도 높은 창작자들, 독립 브랜드, 살아 숨 쉬는 로컬 문화'를 꼽으며 이를 입지나 비용 문제를 넘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치기반 공동체를 만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정원오 저, '성수동', 메디치)금감원 전자공시 자료엔 조만호와 박준모가 각각 대표이사로 올라와 있다. 전통적인 시장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경쟁의 장이었다면, 무신사가 내건 가치기반 공동체는 '함께 진화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덕후'의 취향이 세운 영토, 선(先) 커뮤니티 후(後) 커머스서울 성수동에 있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4월 24일 정식 오픈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에 1천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국내 최대 규모로, 패션과 뷰티 복합형 오프라인 공간이다. <이재우>이런 무신사는 '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성공적인 전형이다. 커뮤니티 커머스는 단순히 시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공통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영토를 구축하는 일이다.고등학생 시절인 2001년 '무진장 신발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던 '덕후 기질'의 조만호가 아니었던가. 선(先) 커뮤니티, 후(後) 커머스. 조만호는 취향의 지층을 먼저 다졌고, 그 위에 상업이라는 견고한 성을 쌓아 올렸다.팬덤이 먼저 형성되고 그 위에 상업적 모델이 얹힐 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폭발력이 생성된다. 연결대상 종속회사가 17개에 이르는 무신사는 2023년 연간 거래액 4조 5000억 원을 돌파하며 '거래액 4조 시대'를 열었고, 이제는 연간 5조 원 규모의 압도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단국대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조만호는 일찍이 일본 최대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을 눈여겨봤다. 벤치마킹 모델로 그만큼 좋은 교과서는 없었다.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와 조만호는 '덕후 기질'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결은 사뭇 다르다. 유사쿠는 일본에서 온라인 셀렉트숍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다.조만호가 유사쿠에게서 힌트를 얻었지만, 방향은 달랐다. 초창기 유사쿠가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 중심으로 플랫폼을 키웠다면, 조만호는 작은 독립 브랜드를 발굴해 무대에 올렸다.조만호는 소규모 브랜드사에 선결제, 생산자금 지원, 물류 대행까지 제공하면서 조조타운보다 훨씬 더 깊숙이 공급망(Supply Chain) 속으로 침투했다.◆ 70:30의 조연 철학, 로고를 지워 입점 브랜드를 살리다플랫폼이 주인공이 되려 할 때 생태계는 파괴되지만, 플랫폼이 기꺼이 조연이 될 때 생태계는 무한히 확장되는 법이다. 조만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입점 브랜드가 70, 우리는 30이다. 플랫폼의 최우선 목표는 입점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플랫폼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면서도 입점 브랜드와 공생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조만호의 대표적인 어록이다. 조만호는 스스로를 '30%의 조력자'로 규정했는데, 이는 일종의 '조연 철학'인 셈이다.조만호가 특별히 입점 브랜드를 챙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신사의 주요 매출 부문에서 플랫폼 입점 브랜드 중개 수수료(3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음이 직매입 상품 판매(27%), 무신사 스탠다드 등 자체 브랜드(PB) 제품 매출(31%) 순이다. 현재 무신사에는 누적 1만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조만호의 조연 전략은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에서 절정을 이룬다. 2017년, 무신사 스탠다드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시장은 우려했다.입점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이 이젠 그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돌변해 같은 파이를 나눠 먹으려 한다는 일종의 카니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의 우려였다. 달리 말하자면, 심판이 선수로 경기에 뛰어든 격이었다.하지만 조만호는 영리했다. 그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화려한 주연'으로 키우지 않고 조연에 머물게 했다. 바로 로고리스(Logo-less) 전략이다.무신사 스탠다드에는 로고가 없다. 가슴팍에 심벌 하나 박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조차 없다. 목덜미에 작은 태그가 붙어 있을 뿐이다.이 선택에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자사의 로고를 지움으로써 입점 브랜드들의 로고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던 것이다.플랫폼으로서 '입점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평화로운 약속과 다름없다. 이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조만호의 스타일과도 닮았다.◆ 거대해진 플라이휠, '경제적 열반' 넘어 생존의 법칙으로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엔 로고가 붙어 있지 않다. 목덜미에 작은 태그가 붙어 있을 뿐이다. <이재우>무신사는 현대 경영학 개념의 집합체라 할 만하다. 이름 없는 브랜드들이 모여 판을 키우고(롱테일), 그 판이 다시 브랜드를 확장시키고(네트워크 효과), 그렇게 한 번 돌기 시작한 성장의 바퀴는 멈추지 않는다(플라이휠).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며 무신사는 스스로 성장하는 시스템이 됐다.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강조한 플라이휠 개념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쌓은 신뢰가 입점 브랜드를 불러모으고, 다시 그 영향력이 성수동이라는 오프라인 영토 확대로 이어졌다. 한 번 돌기 시작한 이 거대한 바퀴는 이제 스스로 동력을 만들며 멈추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조만호의 '조연 철학'은 이제 시험대 위에 있다. 조연을 자처했던 초심이 거대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는 순간, 무신사의 정체성도 바뀐다. '취향의 성지'가 아닌 '독점의 시장'으로.2021년의 뼈아픈 퇴진을 뒤로하고 3년 만에 복귀한 조만호 대표.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과거보다 훨씬 무겁고 복잡하다. 비대해진 플랫폼 권력에 대한 경계, 수수료 갈등과 플랫폼 공정성 논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거래액이라는 숫자와 '함께 진화'라는 철학 사이. 조만호는 그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서 있는 '팽팽한 길항(拮抗)'의 지점이다.플랫폼 경제학의 권위자 마셜 밴 앨스타인은 플랫폼의 미래를 결코 낙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토피아가 아닌 또 다른 치열한 생존의 각축장이라는 것이다."플랫폼 확산이 우리를 새로운 '경제적 열반(economic nirvana)' 따위에 이르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마셜 밴 앨스타인 외,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조만호의 70:30 법칙은 전략이 아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아야 할 마지막 비율이다.이재우 경영어록서 '일언천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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