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MBK·홈플러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자본 재분류와 채권 발행을 분식회계·사기 혐의로 문제 삼았지만, 회계기준 해석과 상환의무 판단을 둘러싸고 금감원·시장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들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를 줄 필요가 있으며, 구속할 정도 혐의인지에 대한 검찰측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
법원은 “영장 심사단계에서는 피의자가 검찰 증거에 접근할 권한이 없고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어떤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던 것일까.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MBK 측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1164억 원 상당의 채권(매입채무를 유동화 한 전자단기사채)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둘째,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마음대로 자본으로 재분류하거나 토지재평가액을 과대계상하는 등 1조8천억 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회계업계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1조1500억 원 RCPS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알아보자.
사건의 내용은 다소 복잡하다. 난이도 높은 RCPS 회계 자체에 대해 필자가 정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핵심내용만 추려 살펴보고자 한다.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는 상환우선주에 전환권을 갖다 붙인 것이다.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회계처리는 크게 두 뭉치로 나눠서 한다.
상환우선주 부분을 자본 또는 부채 중 무엇으로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일단 한 뭉치다. 또 한 뭉치는 전환권 부분을 자본과 부채 중 무엇으로 처리할 지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가 RCPS를 발행하였을 때, 회계처리는 결국 4가지 조합으로 나오는 셈이 된다.
(1) 상환우선주(부채), 전환권(부채)
→ 따라서 RCPS 발행금액은 모두 부채로 처리
(2) 상환우선주(부채), 전환권(자본)
(3) 상환우선주(자본), 전환권(부채)
(4) 상환우선주(자본), 전환권(자본)
→ 따라서 RCPS 발행금액은 모두 자본으로 처리
상환우선주 부분은,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느냐, 발행회사에게 있느냐에 따라 부채 또는 자본으로 갈린다.
투자자가 발행회사에 상환요구를 할 수 있으면 당연히 부채가 된다. 투자자가 발행회사에 상환요구를 할 수는 없으며 발행회사가 자기 재량으로 상환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되면 당연히 자본이 된다.
다음으로 전환권 부분이다. 전환권은 투자자의 권리다.
일반적인 IFRS 해석에 따르면 보통주 전환가액이 고정되어 있으면서,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때 발행해줘야 하는 보통주 수량 또한 고정되어 있다면 전환권을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확정 대 확정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A사가 발행한 RCPS 1주를 투자자가 1만 원에 인수했다.
보통주 전환가액은 1만 원이며, 보통주 주가하락 시 전환가액이 리픽싱되는 조건으로 발행되었다고 해보자.
A사 보통주 주가가 5천 원으로 하락하면 전환가액도 5천 원으로 조정될 것이다. 따라서 전환권 행사 시 발행해줘야 할 보통주는 2주가 된다.
이런 식으로 '확정 대 확정' 의 원칙이 깨지는 조건이라면 전환권은 부채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실제 발행사례를 한번 보자.
솔루엠은 지난해 6월 두 건의 상환전환우선주(이를 임의로 RCPS-a, RCPS-b라고 이름 붙여보자) 발행공시를 했다.
RCPS-a는 투자자에게 상환권이 있기 때문에 상환우선주 부분은 부채로 처리됐다. 전환권은 리픽싱 조건이 없기 때문에 자본으로 처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회사측은 과거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 이른바 '회제이 00094'공문에 따라 전환권을 자본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소 복잡하므로 생략한다).
예컨대 RCPS-a 발행금액이 10억 원이다. 먼저 전환권을 평가했더니 6억 원으로 산출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자본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나머지 4억 원만 상환우선주부채로 처리하는 식이다(상환할증은 편의상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함).
RCPS-b는 상환권이 발행회사에게 있었다. 전환가액 리픽싱도 없었다. 따라서 RCPS-b는 자본으로 처리된다. 발행금액이 20억 원이라면, 이 금액은 모두 자본으로 처리된다는 이야기다(우선주 자본금과 우선주 자본잉여금의 증가로 처리)
2015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한국리테일투자(이하 리테일투자)라는 투자목적회사(일종의 SPC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리테일투자는 당시 6천억 원을 투자해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를 인수했다. 이 RCPS의 상환권은 리테일투자에 있었다. 따라서 상환우선주 부분은 부채로 처리됐다. 전환권도 부채로 처리됐다.
알려진 바로는 매년 배당금 지급 여부(배당금 미지급이 발생하면 누적해 다음해로 이월)에 따라 향후 리테일투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때 발행해줘야 할 보통주 수량이 변동하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따라서 RCPS 발행금액은 전액 부채로 처리됐고, 이자와 배당이 누적되면서 RCPS 장부가액은 1조15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는 리테일투자와 RCPS 변경계약을 체결해 상환권을 홈플러스로 이전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신용평가사로부터 단기사채 신용등급 하락 통보를 받은 뒤 재심을 신청해놓은 상황이었다.
상환권이 홈플러스로 넘어가면서 이 RCPS는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됐다. 전환권에 어떤 계약변경이 적용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홈플러스는 1조1500억 원 RCPS 장부가액 전액을 자본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부채비율도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이 외 여러 가지 재무개선 및 유동성 확보안을 준비해 신평사 재심을 받았지만 등급하락은 변경되지 않았다.
이후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가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매달 실시하던 매입채무 유동화 채권(전자단기사채)의 발행이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검찰은 변경계약에 의하더라도 홈플러스의 RCPS는 리테일투자에 대한 상환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즉 자본변경은 회계기준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RCPS 조건을 임의로 변경해 금융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재분류함으로써 신용평가사에 등급 재심사를 요청하는 한편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더라도 부채비율을 낮춰 홈플러스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가장하기로 모의했다”고 적시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RCPS 조건상 상환권이 발행회사 재량에 맡겨지면 상환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고 보고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회계기준의 해석이다.
영장청구 내용만으로는 상환권의 이전에도 불구하고 금융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둘째, 홈플러스의 RCPS 변경계약은 신평사의 등급 재심사를 받기위해 급박하게 이뤄졌다.
회생개시를 염두에 뒀더라면 신평사로부터 등급하락 통보를 받은 직후에서야 부랴부랴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변경계약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RCPS 변경계약에 따른 자본분류 변경사실은 홈플러스가 공시한 재무제표에도 설명돼있고, 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신청서에도 명확하게 기재돼있다.
자본분류는 회계적 조치로, 장부상의 변화일 뿐 홈플러스의 본질적 재무상태나 유동성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신평사가 RCPS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감축을 등급재심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RCPS자본변경을 통해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가장하려해도 그것이 제대로 통할 리가 없다. 회계기준위반에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만으로는 동기가 잘 납득되지 않는다.
RCPS에 대한 검찰과 금감원의 판단차이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찰의 영장청구에 앞서 금감원은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RCPS의 상환권 이전 때문에 홈플러스가 리테일투자에 대한 상환의무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이 같은 변경계약 때문에 RCPS 투자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국민연금의 이익이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은 MBK를 제재심 징계에 회부했다.
리테일투자가 홈플러스 RCPS 인수에 투입한 자금의 출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펀드를 통해 리테일투자가 발행한 RCPS를 취득했고, 리테일투자는 이 대금으로 홈플러스 발행 RCPS를 인수했다.
홈플러스가 리테일투자에 대한 RCPS 상환의무에서 벗어남으로써 국민연금이 리테일투자에게 행사할 RCPS 상환권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변경계약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리테일투자에 대한 상환의무를 진다고 본 검찰 판단과는 상이하다.
RCPS 상환권과 상환의무, 회계처리에 대한 검찰과 금감원의 판단은 이렇게 달랐다. 홈플러스와 MBK는 회계법인의 검토를 받은 정상적 회계처리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RCPS 회계처리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금감원, 그러나 회계처리 자체가 분식이라 판단하고 영장까지 청구한 검찰. 누구의 판단이 맞는 걸까.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