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 트럼프 환경정책 후퇴에 '산성비'도 돌아온다, 기후위기와 악순환 고리 만들어
- 미국 정부가 석탄발전소와 화학 설비 등의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 배출이 늘면서 대기 오염이 심각해져 산성비가 다시 내리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전소 및 석유화학사들이 '청정대기법(CAA)'을 우회해 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실제 이날 환경보호청(EPA)이 웹사이트에 게시한 신규 지침을 보면 미국 국내에서 영업하는 석탄발전소와 석유화학 설비 회사는 청정대기법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신청을 받은 뒤에 자체 기준에 따라 실제 면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환경보호청은 공식성명을 통해 "환경보호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에 따르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규제 대상자들이 대통령령에 기반을 둔 규제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는 전자사서함을 설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시설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바에 따라 면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대통령 허가를 받은 시설은 최대 2년까지 청정대기법에 따른 규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환경보호청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갖고 시설을 선별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이에 환경단체들은 해당 조치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미국 환경단체 '환경보호기금(EDF)'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는 제한적으로만 사용돼야 하는 청정대기법 면제 권한의 부적절한 남용 사례"라며 "미국 전력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독성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특히 환경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 이번 조치로 세계 각국이 협력해 종결시킨 산성비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진 리켄스 생태학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산성비가 되돌아오는 일이 일어날까 봐 매우 걱정되는데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다"며 "이번과 같은 퇴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산성비는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와 황산화물 등 화학물질이 대기 중의 수분에 섞이면서 산성을 띄게 된 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보통 물은 수소 이온 농도지수(pH 지수)가 7인데 산성비는 5.6 미만이다.산성비가 내린 지역에서는 하천이나 호수가 오염돼 수생 생태계가 망가지고 토양도 산성화된다. 생물에도 유해해 식물의 나뭇잎이나 줄기가 부식되고 사람도 질병 발생율이 높아진다.2018년 코스타리카 화산폭발로 배출된 황과 가스 등으로 인해 산성비가 내려 인근 숲이 초토화돼 있다. <위키미디아 커먼스>이 때문에 셰계 각국은 1979년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을 통해 산성비를 내리게 하는 오염 물질을 최대한 배출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대기 오염 물질 배출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초기 국제 기후대응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리켄스 생태학자는 1960년대부터 산성비의 위해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인물로 1963년 미국 최초로 산성비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리켄스 생태학자와 동료 연구진이 내놓은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미국 국내에 내린 비는 정상치보다 10배 더 산성화돼 환경에 파괴적 영향을 미쳤다.이에 미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내리는 산성비를 억제하기 위해 1990년에 청정대기법을 제정했고 2010년대부터는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를 제외하면 산성비가 거의 내리지 않게 됐다.리켄스 생태학자는 "산성비 대처는 주요 환경 문제 대응 성공 사례"라며 "트럼프 정부가 오염 물질 배출 통제를 해제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성공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다른 과학자들도 규제 완화로 산성비가 당장은 아니어도 점진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리처드 펠티어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 환경과학자는 가디언을 통해 "내일 아침 당장 산성비가 내리던 1975년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며 "과학자들은 이를 계속 경고하고 있고 대중은 대기질 개선에 따른 혜택을 실제로 받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나쁜 놈이고 부패했다는 편견을 갖고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리켄스 생태학자는 산성비가 없어진 세상만 겪어본 사람들에 그 악영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리켄스 생태학자는 "나는 우리가 거둔 환경운동 성공 사례를 젊은 세대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만약 이같은 성공 사례가 뒤집히게 된다면 매우 슬픈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