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K생산적금융을묻다 현지기관⑤] 난양공대 석좌교수 조남준 "아세안 자원과 싱가포르 기술의 결합, '변환경제'가 신산업 기회 만든다"
-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을 꼽으라면 단연'생산적 금융'이다. 생산적 금융은 금융회사 자금이 이자장사에 그치기 쉬운 부동산 등 담보대출에 머물지 않고 첨단전략산업, 벤처창업시장, 녹색금융, 지방금융등 국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흘러가도록유도하는 금융대전환을 말한다. 싱가포르는 아세안은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선진국으로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국가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싱가포르의 금융이 발휘하고 있는 경쟁력을 직접 느껴보고K생산적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접 모색해보고자 한다. -현지기관 글 싣는 순서 ① 통 시엔 후이 SG이노베이트 투자이사 '10년 기다리는 자본이 혁신 만든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싱가포르 미래' ② KSC싱가포르 소장 문준식 "싱가포르는 K스타트업 기술검증 최적지, 글로벌 유니콘 도약시작점 만들겠다" ③ KB글로벌핀테크랩장 차지영 '싱가포르는 기업의 '페이스메이커', K핀테크 동행 플랫폼 되겠다' ④ 싱가포르거래소 이준원 상무 "한국 주식 SDR 준비, 아시아 자본 흐름 잇는 멀티에셋 거래소로 진화" ⑤ 난양공대 석좌교수 조남준'아세안 자원과 싱가포르 기술의 결합, '변환경제'가 신산업 기회 만든다'' [싱가포르=비즈니스포스트] "지금 버려지는 자원도 기술과 수요가 붙으면 완전히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아직 어떻게 쓸지 몰라서 안 쓰는 자원일 뿐이다."6월12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변환경제센터에서 만난 조남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변환경제(Cross Economy)'를 설명하면서다.난양공대는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세계대학순위에서 올해 12위에 올랐다. 개교 50년 이하의 신생 대학임에도 공학과 자연과학, 인공지능(AI),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역량을 인정받으며 아시아 대표 공대로 자리매김했다.조남준 교수는 이곳에서 재료공학과 총장 석좌교수이자 산업처장, 변환경제센터장을 맡고 있다. 변환경제센터를 이끌며 버려지거나 낮은 가치로 활용되는 자원을 과학기술로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3년 남짓 된 변환경제센터는 일반적 대학 연구소처럼 딱딱한 회의실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조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며"공간 구성부터 재미있게 바꿨다"고 말했다.조 교수가 제시한 변환경제는 순환경제의 다음 단계다.순환경제가 자원을 재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변환경제는 쓰임을 찾지 못한 자원을 완전히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바꾸는 개념이다.조 교수는 "리사이클(재활용)은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술은 있지만 경제성이 맞지 않으니 기업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조 교수는 "플라스틱을 가방이나 옷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새활용)도 한계가 있다"며"사업의 경제성이 있으려면 해당 자원의 가치가 열 배, 백 배가 아니라 천 배, 만 배, 십만 배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모래와 리튬 광석을 새로운 산업 기술이 더해지며 가치가 재평가된 대표 사례로 꼽았다.그는 "모래는 100년 전에는 건설 재료나 자연물이었지만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가 되면서 전혀 다른 가치를 갖게 됐다"며 "리튬 광석도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략자원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이어 "꽃가루, 커피 찌꺼기, 사탕수수 부산물, 밀기울 등 지금 버려지는 자원도 기술과 수요가 붙으면 완전히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같은 소재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조 교수는 "밀기울을 식품 소재로 사용하면 1kg에 5천 원 수준일 수 있지만 이를 CNC(나노 크리스탈)·CNF(나노 섬유) 같은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면 1kg당 20만~30만 원 수준까지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싱가포르 난양공대 변환경제센터에 조남준 교수가 제시한 변환경제 개념이 소개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조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는 대표 사례로 꽃가루를 들었다. 꽃가루는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원인 정도로 여겨지지만 이를 소재로 바꾸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농사를 짓거나 개발하기 위해 숲을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 문제가 생긴다"며 "그 대신 나무에서 꽃가루를 지속적으로 채취해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숲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변환경제가 기업 친화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기업이 돈을 못 벌면 살아남지 못하고, 살아남지 못하면 자원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없다"며"기업이 수익을 내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순환경제 논의가 비용 부담과 규제 중심으로 흐르면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지만 변환경제를 통해 폐기물, 부산물, 저가 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바꾸면 기업은 새 수익원을 확보하고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조 교수는 "한국 기업도 혁신을 통한 새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며 "기존 제조업이 과거 방식에 머물러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밸류체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싱가포르가 변환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고 봤다.싱가포르는 국토가 좁아 대규모 공장을 짓기 어렵지만 대학, 연구기관,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주변 아세안 국가들은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그는 "싱가포르의 기술과 혁신을 주변국에게 나눠주고 주변 아세안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1%만 증가해도 싱가포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싱가포르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인도 등 주변국 자원과 연결하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싱가포르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측면에서도 아세안의 중심으로 첨단기술 개발과 신산업 생태계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었다.조 교수의 목표는 변환경제 연구를 실제 제품과 사업으로 연결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비즈니스포스트>조 교수의 목표는 변환경제 연구를 실제 제품과 사업으로 연결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그는 '대학과 교수의 역할은 젊은 연구자와 창업자가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연구실 안에서 논문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성과를 산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조 교수는 현재 10개 안팎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자원의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기가장 높은 프로젝트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하나의 기술이나 소재가 여러 산업에 쓰일 수록 가치가 커진다"며"반도체는 컴퓨터에만 쓰인 것이 아니라 자동차, AI, 클라우드, 전자기기, 메모리 등 수많은 산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한국에서도 변환경제협회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에너지, 로봇 등 기업들이 변환경제 개념을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조 교수는 미국 UC버클리에서 토목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재료공학으로 석사, 화학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등을 거쳐 2011년부터 난양공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