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 TSMC 일본 반도체 투자 줄이고 미국에 '올인', 고객사 수요 부진도 반영
- TSMC가 일본 파운드리 공장에 계획하고 있던 반도체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 현지 고객사의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TSMC가 미국에 투자를 대폭 늘리게 되면서 자금 여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닛케이아시아는 28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일본 공장에 12~16나노 미세공정 설비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까지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소니와 덴소 등 현지 고객사들과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현재 28나노와 22나노 등 비교적 구형 공정이 가동되고 있으며 16나노와 12나노 기술도 순차적으로 도입이 예정되어 있었다.하지만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해 TSMC 현지 공장의 가동률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TSMC의 시설 투자에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올해 양산을 앞둔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및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고객사 수요가 초반부터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생산 능력 확보가 다급해졌기 때문이다.TSMC는 3나노 공정을 처음 상용화한 직후에도 생산 역량에 한계를 맞아 애플을 비롯한 일부 고객사의 위탁생산 주문에만 대응할 수 있었다.2나노 공정에는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공급 부족 장기화를 피하려면 2나노 및 패키징 생산 증설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TSMC가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의 정식 가동을 앞둔 데다 1천억 달러(약 147조 원) 상당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자금 확보가 필요해진 이유로 꼽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에서 수입하는 TSMC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TSMC는 곧 미국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대규모 투자 방안을 내놓으며 트럼프 정부 정책에 적극 발맞춰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결국 일본 반도체 공장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 투자 시기가 늦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닛케이아시아는 중국 기업들이 구형 반도체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공급 과잉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TSMC가 일본 공장 증설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배경으로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