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장비 '화이트리스트' 정책 도입, "자국산 비중 50% 이상 의무화"

▲ 중국 당국이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에 자국산 장비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지 반도체 공급망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격적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중국 사이캐리어(SiCarrier) 반도체 장비 홍보용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현지 반도체 제조사들에 자국산 장비 사용 비중을 50% 이상으로 사실상 의무화하는 새 원칙을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기술 규제 강화에 대응해 자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며 한국과 미국, 일본과 유럽 등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반영됐다.

로이터는 31일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사들의 신규 설비 투자에 자국산 장비를 최소 50% 이상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원칙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 개월 전부터 정부에 반도체 시설 투자 승인을 요청한 중국 기업들은 이런 지침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해외 기술에 의존을 낮추려 도입한 여러 조치 가운데 이번 규제가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자국 내 공급망을 키워내도록 강제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은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에는 이런 요건을 완화하는 등 다소 유연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중국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이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해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자국산 장비 비중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설비 투자 계획은 당국에서 대부분 반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반도체 장비를 투자 승인에 우선적 조건으로 앞세우는 사실상의 ‘화이트리스트’ 정책을 꺼내든 셈이다.

내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중국 당국은 자국산 장비 비중이 50%를 훨씬 웃도는 것을 선호한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공장에서 100% 중국 제품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미국이 고성능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 뒤로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등 주요 장비 제조국도 미국의 압박을 받아 대중국 수출 제한에 동참했다.

결국 중국 당국이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필수인 현지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더욱 힘을 실으면서 다수의 수혜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특히 반도체 식각 등 일부 장비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던 감광액 제거 및 세정 장비 시장에서는 중국이 현재 약 50%의 자급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가 결국 중국 장비 공급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이터는 “현재 중국 연구진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견제해 왔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장비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