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반인의 게시글이나 사진 등 이미지까지 무차별 AI 학습 대상으로 삼으며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IT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사생활 정보가 AI 학습에 대거 사용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엔 이같은 IT 서비스 기업들의 무차별 AI 학습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규제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 게시물이 AI 학습 자료?', 엑스·네이버 '규제 사각' 무차별 AI 학습에 이용자 분노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거주하는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미국 SNS 엑스 앱을 선택한 모습. <연합뉴스>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엑스(옛 트위터)가 15일부터 AI 학습을 위해 모든 이용자 게시물을 활용하겠다는 새로운 이용약관을 적용하면서, 사용자들이 집단 탈퇴하는 등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이날 엑스의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블루스카이', '블스 계정', 'AI 학습' 등 검색어가 높은 순위에 오르면서 다수 이용자가 엑스를 탈퇴했다. 이들은 반발심에 엑스를 대체할 다른 SNS 플랫폼과 계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특히 창작자들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고, 이들은 블루스카이와 더불어 마스토돈, 미스키 등이 트위터 대체 SNS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미국 배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블루스카이가 이번주 앱 스토어에서 관련 부문 1위로 순위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블루스카이 서버는 예상치 못한 트래픽 급증으로 일시 다운되기도 했다. 

이용자들은 이 외에도 기존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엑스의 새로운 약관 개정으로 추가된 AI 무단 학습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엑스는 지난달에도 이용약관을 개정해 그림, 글, 동영상 등 사용자가 올리는 모든 콘텐츠를 AI 학습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사용자가 AI 학습에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도록 정보수집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조차 주지 않는 엑스 약관에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엑스는 지난 7월에도 자사의 AI 모델 '그룩'의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며, 유사한 내용의 이용약관을 업데이트했다. 당시에는 옵트아웃(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때 정보수집이 금지됨)을 통해 학습을 거부할 수 있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엑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6월에는 메타는 사용자가 인스타그램, 페이스 북 등 올린 사진과 게시물을 메타 AI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집단 탈퇴 움직임이 발생했다.

메타는 사용자 권리를 존중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설정에서 관련 양식을 제출하는 절차가 복잡한 데다 이마저도 유럽 등 일부 지역에만 제공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내 게시물이 AI 학습 자료?', 엑스·네이버 '규제 사각' 무차별 AI 학습에 이용자 분노

▲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국내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 사용자들에 자신이 올린 사적 게시글이나 사진 등이 AI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고 않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지난 9월에는 메타가 호주에서 지난 20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사진과 텍스트를 무단 수집해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기술력이 높다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는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는 물론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등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사전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네이버는 앞서 이용약관을 개정하면서 이용자가 블로그, 카페 등에 작접 올린 글을 자사가 개발한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회원 가입 시 필수 조항으로 정보수집을 거부할 경우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강제 형태다. 

네이버는 2021년 출시한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를 개발하면서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등을 AI 학습에 이용했다고 밝혔지만, 클로바X에 대해선 학습 출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2023년 불공정 의혹 약관에 대한 이용자들 신고가 접수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이 불공정한지 현재 조사 중이다. 

AI가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에 산업 육성과 창작 콘텐츠 권리를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AI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개인정보를 보다 유연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은 데이터 의존성이 크다"며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는 공공재에 가까운 만큼 사회 전체 이익을 증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이용자들은 사적 콘텐츠를 무단으로 활용하거나, 사용자가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약관을 바꾸는 건 이용자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현행법 상 AI의 무단 학습을 직접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개인정보위원회는 고학수 위원장은 “AI 시대에 걸맞은 법 체계를 마련하고,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