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부진에 대응해 선박과 로봇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관련 소프트웨어(BMS) 서비스 등에서 활로를 찾는다.

7일 길어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혹한기’와 중국기업과 경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김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비전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새 먹거리 자신감, "ESS·BMS·선박·로봇으로 2028년 매출 2배 성장"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자 ESS 배터리 사업, 배터리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연합뉴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창사 첫 비전 설명회에서 "2028년까지 2023년 대비 매출을 2배 이상 성장킬 것이며,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도 10% 중반의 법인세·이자·상각 적용전 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ESS용 배터리를 필두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선박, 로봇 등 배터리 적용처(애플리케이션)를 다양화할 것"이라는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ESS 배터리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ESS 배터리 사업 매출을 2028년까지 2023년(2조2천억 원)의 5배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회사가 지난해 9월 ESS 배터리 사업 매출을 2028년까지 3배 가량 키우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ESS 배터리 사업에 거는 기대감이 더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사업에 주목할 이유로 △시스템 통합(SI)업체 LG에너지솔루션버테크 인수에 따른 향후 SI 역량 강화 △2025년 ESS용 LFP 배터리 생산 확대 △2026년 미국 현지생산 계획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애리조나주 리튬인산철(LFP) ESS 배터리 공장 건립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회사는 올해 4월 공장 건설에 들어갔으나, 2달 만에 건립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예정된 투자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시설 운영을 최적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5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인 컨테이너형 ESS 모듈 제품을 최근 북미 에너지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올해 5월에는 미국에서 1조4천억 원 대의 ESS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북미 ESS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생애주기서비스와 에너지 제공 서비스 등 배터리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도 적극 확대한다.

회사는 사업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배터리 안전기술을 향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최근 ‘비.어라운드(B.around)’라는 배터리종합관리솔루션 브랜드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보유한 다수 기술특허와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판매할 예정이다.

김 사장의 사업 다변화 전략은 2023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수요정체 현상이 회사 실적의 발목을 잡자, 전기차 배터리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새 먹거리 자신감, "ESS·BMS·선박·로봇으로 2028년 매출 2배 성장"

▲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올해 4월 착공했으나, 2달 만에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사진은 공장 조감도. < LG에너지솔루션 >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전기차 고객사 5곳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약 69%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3분기에도 영업손익이 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LG그룹은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던 2차전지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김 사장을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그는 1969년 생으로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LG 배터리 연구센터에 1998년 입사한 뒤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 2020년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거치면서 연구개발,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을 쌓았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