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경기 침체에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3분기에도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가 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책을 하나둘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이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3분기에도 여전히 흐린 건설사 실적 기상도, 공사비 현실화 움직임에 기대

▲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도 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5개 대형 상장 건설사 3분기 실적 추정치를 모두 합하면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345억 원, 영업이익 52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8267억 원, 영업이익 6367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1.2% 늘지만 영업이익은 16.9% 줄어든 것이다.

건설사업을 따로 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4조8천억 원가량, 영업이익 280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7.5% 정도씩 감소한 수치다.

3분기 실적 합산치를 통해 최근 건설업계 전반의 큰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다.

건설사별로 조금씩의 차이가 있지만 외형으로는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는 가운데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별로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보면 3분기 현대건설(1706억 원)과 대우건설(1271억 원)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30% 이상씩, DL이앤씨(765억 원)는 5% 안팎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은 2021~2022년 착공 현장이 지속해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GS건설(906억 원)은 50%가량, HDC현대산업개발(644억 원)은 4%가량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영업이익 증가 폭이 큰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여파에 지난해 3분기 반영한 국내 사업장 품질·안전 강화비용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건설사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업계를 관통하는 공사비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올해 8월 129.71(잠정치)로 집계됐다.

3년 사이 공사비가 30%가량 올랐다는 의미로 이 기간 14%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건설업계에서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미국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은행도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하가 건설사의 자금조달 부담 완화와 부동산 경기 반등으로 현실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업계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사비를 현실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는 2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건설업계 공사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정부는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통해 2026년까지 공사비 상승률을 2% 안팎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자재비와 인건비를 안정화하고 공공조달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선 자재비 상승을 야기하는 불공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3년 동안 36% 급등한 시멘트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해외 제품 수입을 지원한다. 신규 채취원 감소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골조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인건비 측면에서는 건설현장 사이 비숙련 외국인력 이동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검토하는 등 인력수급을 통한 정상화를 추진한다.

공공조달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매단계를 축소하고 현장 배치플랜트(레미콘 제조시설) 설치를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총사업비 물가지수 적용방식 합리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수의계약 때 물가보정 시점 조정 △공사비 보정기준 보완 등 공공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올해 안에 확정하기로 했다.
 
3분기에도 여전히 흐린 건설사 실적 기상도, 공사비 현실화 움직임에 기대

▲ 정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사진)를 열고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


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최근 민간투자사업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정상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에서 2021~2022년 크게 늘어난 건설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한 공사비를 사업비에 반영하는 특례 규정을 신설한다. 또 민간이 자재비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 및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최근 국가철도공단의 턴키 공사 대상 지수조정률 도입,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 소규모 공사 대상 공사비 조정 논의 등 개별기관들의 해법도 제시되고 있다.

민간부문의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중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도시정비사업장에 전문가(코디네이터)를 파견해왔다.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 발표 이후부터는 광역지자체에 전문가 파견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공식화하고 공사비 조정기준을 구체화한 표준계약서 활용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9월부터 공사비 증액의 타당성을 살펴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사비 검증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앞선 시범사업 대상지였던 서울 행당7구역 재개발사업이 서울시의 검증을 통해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공사비 현실화 의지 노력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정부의 공사비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업계 전반에 퍼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건설시장 활력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다.

다만 세부방안별로는 실효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공사비지수가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 수준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며 “자재비와 인건비가 공사비 급등의 핵심인 만큼 업계의 어려움이 조금씩이라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개별 공공공사별로 사업비가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적용될지가 관건”이라며 “인건비 측면에서도 외국인력을 늘리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등 따져볼 것이 적지 않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