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 내수판매 전기차가 견인, 중견 3사도 신차 포함 판매 반등 모멘텀

▲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EV3'.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8월 내수 시장에서 선전했다.

특히 전기차 화재로 가뜩이나 정체됐던 관련 국내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지난달 두 회사 내수 판매 증가는 전기차 모델이 이끌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도 새로운 신차를 들고 내수 판매 증대에 나서면서 하반기 모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8월 국내에서 5만8087대의 자동차를 팔아 지난해 8월보다 판매량이 4.6% 늘었다. 올해 들어 현대차의 전년 대비 월간 국내 판매실적이 높았던 달은 8월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현대차의 누적 국내 판매량은 40만1713대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1.5% 뒷걸음쳤다.

기아는 8월 국내 판매량이 4만685대로 전년 동월보다 3.9% 감소했지만 1~7월 누적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5.3% 줄었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주목할 점은 두 회사의 국내 판매 실적을 이끈 주역이 전기차라는 점이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넘게 역성장하며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침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던 터였다. 더욱이 지난달 초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 조짐까지 보이며 관련 수요 위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대차 기아 내수판매 전기차가 견인, 중견 3사도 신차 포함 판매 반등 모멘텀

▲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는 지난달 본격 판매를 시작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 일렉트릭의 판매 호조(1439대)에 힘입어 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3676대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 역시 7월 국내 판매에 돌입한 소형 전기 SUV EV3가 지난달 4002대나 팔려나가 연중 국내 전기차 최다 판매 실적인 6102대를 기록했다.

8월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38.1%, 146.7% 증가했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각각 기아와 현대차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최근 내놓은 보급형 모델로, 상대적으로 긴 1회충전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 신차다.

EV3는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하고 동급인 기아 니로 EV보다 100km나 늘린 501km(롱레인지 모델 기준)의 1회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판매가격은 니로 EV보다 400만 원 이상 싸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전장을 25cm 늘리고,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가격은2990만 원으로 EV3 시작가격보다 1천만 원가량 더 싸다.

EV3와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재 국내 전기차 소비자들이 화재 포비아로 전기차 구매를 모두 꺼리는 게 아니란 점을 판매실적으로 입증했다. 두 차량은 전기차 화재 사고로 중국산 배터리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13일부터 현대차·제네시스·기아의 승용차와 소형 상용 전기차를 운행하는 모든 구매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안전 관련 9개 항목을 무상 점검해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울러 배터리관리시스템(BMS)가 배터리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에게 즉시 통보하는 서비스를 현대차와 제네시스에 이어 지난달 21일 기아에도 도입했다.

또 현대차는 이날 캐스퍼 일렉트릭 이외 전기차의 구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모델에 가격을 낮춘 엔트리(진입) 트림인 'E-밸류 플러스'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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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모빌리티의 소형 SUV '액티언'. < KG모빌리티 >

기아의 내연기관 신차도 하반기 판매 확대에 힘을 보탠다. 

기아는 스포티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오는 11월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형 스포티지는 기존 부메랑 모양의 주간주행등(DRL)을 별자리에서 영감을 얻은 수직 형태의 스타맵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변경하고 전기차에서 시작된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티지는 부분변경 신차 출시를 앞둔 지난달에도 국내에서 5988대가 팔려 브랜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대표 볼륨 모델이다.

올 상반기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81만9742대로 전년 동기보다 10.4% 역성장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전기차 판매 후퇴 등이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중견 3사도 확실한 판매 반등 모멘텀을 지니고 있어 하반기 국내 자동차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는 8월 국내에서 4185대를 팔아 1년 전보다 판매량이 1% 소폭 늘었다.

다음달부턴 중형 SUV 신차 '액티언'이 본격 판매에 돌입하며 회사의 내수 판매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액티언은 단 5영업일 동안 780대가 팔렸다. 앞서 7월 사전예약을 시작한 액티언은 5만8천여 건의 예약 대수를 기록했는데, 지난달 12일 본계약으로 전환을 시작한 뒤 6일 만에 1만3천 대 넘는 계약이 줄을 섰다.
 
현대차 기아 내수판매 전기차가 견인, 중견 3사도 신차 포함 판매 반등 모멘텀

▲ 르노코리아의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 <비즈니스포스트>

오는 6일부턴 르노코리아의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가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 27일까지 1만3천 대 이상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에서 그랑 콜레오스를 월 3천 대가량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달 회사의 월간 국내 판매량 1350대의 2배가 넘는 물량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중형 SUV에 속하는 모델이자 최근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한다.

한국GM은 부분파업으로 인해 빚어진 생산차질을 이달부터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7월부터 부분 파업을 벌여왔다. 

그에 따른 생산차질로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은 7월과 8월 전년 대비 각각 44.6%, 50.7%나 꺾였다. 내수 판매량 역시 7월엔 46.9%, 8월엔 51.0%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회사가 현재 진행중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교섭 기간 중 발생한 생산 손실을 최대한 만회해 하반기에도 상반기 판매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