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회담 준비 ‘정치초년병’ 모습 못 벗어나, 국힘 장악력도 의구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갖기로 한 회담의 실무 협상준비 과정에서 '정치 초년병' 모습을 못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표는 회담의 형식조건으로 내걸었던 공개회담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앞서 제시했던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서 내부 의견 조율을 못하면서 당 장악력을 놓고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7·23 전당대회 출마과정에서 강력하게 내세웠던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특검법'이 국민의힘 내부 반발로 자체 발의하기가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상황을 보고 특검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며 "게다가 수사하는 공수처가 적극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특검을 하자는 것이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이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이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도 유사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 대표가 국민의힘 내부 반발에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이라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사실상 거둬들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결이 다른 메시지도 흘러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한동훈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1대1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한 대표가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긴 6선 중진이다. 

조 의원은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는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그런 과정이 남아 있어 한동훈 대표가 의원들을 한분 한분 만나서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특검법을 두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조경태 의원은 여전히 설득의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는 등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당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대표회담 준비 ‘정치초년병’ 모습 못 벗어나, 국힘 장악력도 의구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당내 방향성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도 이를 명분으로 한동훈 대표와 회담을 불발시키고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바로 추진할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이 대표로서는 정치 초년병으로 당내 의견도 통일해서 갖고 오지 못하는 원외인사인 한 대표를 직접 만날 정치적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당내 장악력에 의문점을 불러오는 모습이 길어지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김 실장은 "한동훈 대표가 당내 중진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력을 강화해야 야당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대표인물로 꼽히는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한동훈 대표가 취임 뒤 당내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앞서 이슈선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취임하기 전에 국민의힘이 주요 정치적 현안에 앞서가야 했는데도 한동훈 대표 취임 한 달 동안 미흡했던 점이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차별성을 부각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대표로서 거대야당의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원내인사들과 함께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 핵심인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개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광복절 전후로 정체성 논쟁으로 공세를 가할 때 우리당 지도부는 대변인 성명 외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정말 실망했다"며 "주요 이슈에서 민주당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로서는 대권 주자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야당과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이기기에 앞서 당내 장악력부터 먼저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처럼 한 명이 이야기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투명하게 좁혀가는 과정이 진짜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저는 이견을 존중하되 제 답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대의 말이 옳다면 얼마든지 설득당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