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라인야후 사태에서 봤듯이 세계적으로 플랫폼 자국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동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환기의 K플랫폼,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은?' 토론회 환영사에서 "플랫폼 기업의 혁신 촉진, 공정 경쟁, 데이터주권 확보,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등 다양한 과제를 풀기 위한 바람직한 입법과 정책 방향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 "세계는 자국 플랫폼 육성 본격화, 한국도 규제 아닌 진흥책 고민해야"

▲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주최했다. 국가 경쟁력과 국내 IT산업의 성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어떤 플랫폼 관련 입법이 필요한 지를 논의하기 위해 양당 의원들과 학계, 정부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야놀자 등 주요 플랫폼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토론회는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제를 직접 진행했다. 이어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 오승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등이 토론을 펼쳤다.

발제와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글로벌 디지털시장에서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고 진흥하려는 정책이 대두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한국도 규제가 아닌 진흥정책에 힘을 쏟을 때라는 주장을 한 목소리로 내놨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의 플랫폼 입법은 타국 플랫폼 배제와 자국 플랫폼 육성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띄고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그 목적이 모호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플랫폼 관련 입법논의는 지난 21대 국회때부터 시작됐다. 민주당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등을 추진했으나 모두 산업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최근 다시 플랫폼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주용 내용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자사우대, 경쟁플랫폼차별, 최혜대우 요구 등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각종 무료서비스와 상품직매입을 통한 유통 등 기존의 사업방식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또한 같은 잣대를 구글 등 미국기업에 들이대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장] "세계는 자국 플랫폼 육성 본격화, 한국도 규제 아닌 진흥책 고민해야"

▲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환기의 K플랫폼,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교수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은 미국 거대플랫폼의 독점과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틱톡 규제는 중국의 미국 내 개인정보 수집을 견제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며 "우리의 플랫폼법 규제논의를 보면 명확한 목적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플랫폼 입법과 관련한 각계각층의 시각 차이가 너무 크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점이 꼽혔다.

이 교수는 "현재 K플랫폼 정책과 관련한 시각차가 매우 크다"며 "한쪽에서는 독점을 걱정하고 한쪽에서는 글로벌 경쟁상황을 말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 아무런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 목적도 표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플랫폼 관련정책을 관장하는 부처들이 다 흩어져있는데 이를 관장하는 부총리급 플랫폼 전담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규제가 아닌 플랫폼 진흥정책을 고민할 때라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 나라는 산업 규제보다는 육성에 무게를 싣고 적극적인 산업정책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3월 IMF가 내놓은 '산업정책의 회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 2500개가 넘는 산업 진흥정책이 쏟아졌는 데 이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내놓은 것이다.

IMF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체 산업정책의 48%가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나왔다”며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산업정책 활용에 더 적극적”이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보통 선진국에 진입하면 공정경쟁을 위한 경쟁정책에 집중하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기조가 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산업정책 측면에서 논의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플랫폼 규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먼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한국의 플랫폼 관련 입법이 유럽의 DMA를 벤치마킹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했다.
 
[현장] "세계는 자국 플랫폼 육성 본격화, 한국도 규제 아닌 진흥책 고민해야"

▲  '전환기의 K플랫폼, 바람직한 입법·정책 방향은?' 토론회에는 주요 IT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왼쪽부터)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박성식 야놀자 부대표, 유봉석 네이버 부사장, 우영규 카카오 부사장.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토종 플랫폼이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한국만의 특수한 환경"이라며 "다른나라가 하는 법을 단순히 베낀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플랫폼 규제 최소화를 부탁했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현재 벤처업계에서는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우려에서 플랫폼 규제의 최소화 바라고 있다"며 "이미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위축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플랫폼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스타트업들은 때때로 플랫폼으로서 성격을 띄기도 하고 플랫폼 기업을 고객사로 두기도 한다"며 "한국에서 큰 플랫폼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생태계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는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나아가 데이터안보를 위해 토종 플랫폼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자체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사업자를 구분하지 않으나 국내사업자가 있다는 것에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모두 해외사업자만 있다면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