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삼성·SK 반도체 ‘먹구름’ 전망, ‘중국 규제’ 외친 해리스와 트럼프

▲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 수출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한 층 더 강화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모두 대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 반도체 기업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의 대중국 추가 규제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향후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출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에 인공지능(AI) 칩 수출 관련 추가 규제가 이뤄지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국은 지난 4월 한국 정부에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중국 수출 규제를 요구한 적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응답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는 “한국 정부는 중국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에 미칠 반향 때문에 미국의 요청을 검토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국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BOA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한국 반도체의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미국과 비슷한 30% 수준이었다.

게다가 미국 투자기업 제프리스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0월 더 강한 규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스 측은 “미국이 중국에 첨단 칩 제조 장비를 판매하는 동맹국에 더 강력한 무역 규칙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제품별 수출 금지 △컴퓨팅 파워 상한선 낮추기 △메모리 용량 상한선 설정 등을 통한 중국 수출 규제 강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강화된 수준을 맞출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규제만으론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 접근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은 해외 중개자를 통해 엔비디아의 AI 칩에 접근할 수 있다”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엔비디아 기반 서버를 임대해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통해 미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제품을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DPR은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에 미국 기술이 포함됐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특정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 무역규제를 뜻한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정부가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등의 기업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미국 기술력이 포함된 어떠한 반도체 제품도 중국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 퀄컴, AMD 등과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가 포함된 완성품엔 미국 기술이 포함되게 되는데, 이들 제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된다면 자연스럽게 한국 반도체 기업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해리스 부통령 모두 AI와 대중국 규제 강화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에 삼성·SK 반도체 ‘먹구름’ 전망, ‘중국 규제’ 외친 해리스와 트럼프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사진)은 AI와 기술 규제와 관련한 경험이 많은 만큼, 강화된 대중 규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해리스 부통령은 AI 등 첨단 기술 규제에 대한 중국 규제를 적극 주장한 사람이다. 미국 상원의원으로 일할 당시 기술 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을 추진했다. 또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AI 규제를 담당하라는 임무를 받아 수행했다.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정상회담에서는 “규제와 강력한 정부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기술 회사는 민주주의의 안정성보다 이익을 우선시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선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가 당선돼도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 규제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카밀라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중 정책은 더 가혹할 수 있다”며 “외교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와 해리스 사이엔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아닌 반도체 기업 모두를 견제하고 있다.

지난 17일 트럼프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는 발언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주가를 흔들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 재임 중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과감한 견제 정책을 유지했다. 그는 2020년 중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