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역사상 최고기온 경신 행진, 폭염·가뭄·홍수 이상기후 시계 빨라진다

▲ 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로빌 호수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캘리포니아주 소방방재청 등 전문가들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발생한 폭염이 산불 가능성을 높였다고 봤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가장 높은 지구 평균 기온이 측정됐는데 이같은 이상 고온 현상은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구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상학자와 기후단체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유럽 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구 평균기온이 21일 기준 17.09도까지 올라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3개월 동안 연속으로 월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던 지구 기온이 새로운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디렉터는 "가장 충격적인 점은 지난 13개월 동안 관측된 기온과 그 이전에 관측된 기온과의 차이"라며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영역에 진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신기록들이 몇 개월 또는 몇 년에 걸쳐 계속 경신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3S는 지난 21일 뿐만 아니라 직전 7일 동안 관측된 기온도 이례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상 고온 현상은 향후 몇 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최고기온이 나오기 전에 가장 높았던 기록은 2023년 6월에 나온 17.08도였다. 해당 기록도 2022년 최고기온 16.79도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았는데 이를 경신하기까지 1년도 안 걸린 것이다.

학계와 환경단체들은 이번 관측기록을 두고 향후 폭염, 가뭄, 홍수 등 각종 이상기후와 재난들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놨다.

피터 쓰론 아일랜드 메이누스 대학 이카루스 기후관측센터 디렉터는 가디언을 통해 "지금 당장 지구 전역을 살펴보면 산불, 홍수, 폭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도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기온 경신 행진, 폭염·가뭄·홍수 이상기후 시계 빨라진다

▲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 방문자 안내소에 설치된 온도계가 섭씨 55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도 올해 세계 전역에 위치한 관측지점 550곳에서 지난 7일 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일 평균기온이 연속해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버클리어스, 클라이밋센트럴 등 기후단체들도 이와 비슷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앤드류 퍼싱 클라이밋센트럴 부회장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가 볼 가장 높은 기온이 올해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계속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한 지구 기온이 계속해서 오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과학잡지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해양대기청은 올해 상반기 미국이 입은 기후피해 규모가 약 370억 달러(약 51조 원)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해당 통계는 경제적 피해 규모가 10억 달러 이상인 재난들만 집계한 것으로 세부적인 재해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재난 종류는 허리케인, 홍수, 우박, 산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특히 기온상승과 직접적 연관성이 큰 가뭄 피해도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 가뭄 모니터(USDM)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전역 가뭄 수준은 평년 대비 6%, 남서부 권역으로 한정하면 약 19%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브하라트 벤카트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학 열연구실 디렉터는 CNBC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우리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많은 부분들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 키우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었는데 너무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면 때문에 우리 집 개가 발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