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반도체 파운드리 이어 패키징도 '슈퍼을' 등극, 엔비디아 요청도 거절

▲ 대만 TSMC가 엔비디아의 전용 반도체 패키징 생산라인 구축 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강력한 협상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세공정 파운드리에 이어 첨단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도 독점에 가까운 체제를 구축하며 고객사와 협상에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TSMC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공급 부족을 피하기 위해 전용 패키징 생산라인을 구축해달라는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대만 경주간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만 TSMC 본사를 방문해 웨이저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회동했다.

엔비디아가 하반기에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협력사인 TSMC와 세부 계획을 논의하고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경주간은 내부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젠슨 황이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 전용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생산라인을 구축해달라고 TSMC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SMC 경영진이 이를 거절하며 회의 분위기가 다소 얼어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CoWoS 패키징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기술이다.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여러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조립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대형 IT기업을 중심으로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생산 차질은 CoWoS 패키징에서 발생했다.

엔비디아가 TSMC에 전용 패키징 설비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차기 블랙웰 시리즈 반도체에 이러한 병목현상이 재현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주간은 TSMC가 수많은 고객사를 두고 있어 엔비디아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oWoS 패키징은 다른 업체의 반도체 생산에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애플에 이어 TSMC의 매출 2위 고객으로 자리잡았음에도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TSMC가 그만큼 강력한 협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SMC 반도체 파운드리 이어 패키징도 '슈퍼을' 등극, 엔비디아 요청도 거절

▲ TSMC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 안내 이미지. 


TSMC는 특정 고객사를 우대하기보다 생산 능력과 단가에 맞춰 반도체 파운드리 및 패키징 물량 배정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부터 CoWoS 패키징 단가를 10% 이상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 기업에 전용 생산라인을 배정하는 것은 TSMC에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수의 고객사들이 한정된 공급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가격 인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CoWoS를 비롯한 TSM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은 기술력과 공급 능력 등 측면에서 사실상 대체제를 찾기 어렵다. 이는 TSMC의 협상력 강화에 더욱 기여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도 다른 고객사들과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의 반도체 파운드리 및 패키징 물량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TSMC는 패키징 생산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다.

웨이 회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CoWoS 생산 능력을 지난해의 2배 수준까지 키운 뒤 2026년에는 고객사 수요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내겠다고 전했다.

경주간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및 5나노 파운드리 공장도 현재 100%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3나노 반도체 생산 투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TSMC가 미세공정 파운드리 및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의 주문을 사실상 독식하며 협상력을 과시하는 ‘슈퍼 을’로 지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셈이다.

경주간은 TSMC가 2나노 공정 및 팬아웃레벨 패키징(FOPLP)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우위를 지켜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