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 2나노 파운드리 전쟁 돌입, 관건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안정화

▲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2나노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나노 초미세 공정 기술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 인공지능(AI) 기업으로부터 2나노 인공지능(AI) 가속기 반도체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TSMC는 애플에 공급할 2나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의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TSMC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서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도 도입키로 했다. 업계는 아직 불완전하다 평가받고 있는 GAA 공정 기술을 누가 완성시키느가 2나노 파운드리 기술 전쟁의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이어 TSMC도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에 본격 돌입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가 이번 주부터 대만 신주 과학단지와 대만 남부의 가오슝에 있는 공장에서 2나노 AP 시범 생산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일 일본 AI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에 2나노 가속기 칩 공급 계약을 공식화한 이후 6일 만이다.

트렌드포스는 TSMC가 생산할 2나노 칩이 애플의 차기 'M5' AP 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M5는 애플이 2026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7과 맥북 등에 탑재될 신형 프로세서다.

업계는 2나노 공정을 적용한 M5 칩은 3나노를 적용한 이전 모델인 M4보다 성능은 10~15% 향상되고, 전력 소모는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2일 TSMC가 2나노 공정에 GAA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TSMC 2나노 파운드리 전쟁 돌입, 관건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안정화

▲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은 4개의 게이트가 채널을 모든 방향으로 감싸 누설 전류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GAA 기술 개념도. <삼성전자 뉴스룸>

GAA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면서 발생하는 누설 전류가 셀 끼리 간섭을 일으키는 효과를 조절하는 트랜지스터 구조 기술이다. 트랜지스터에는 전류를 열고 닫는 게이트(GATE)가 존재한다. 이것이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만나는 면이 늘어날수록 더 확실한 전류 제어가 가능하다.

기존 핀펫(FinFET) 공정이 3개의 게이트가 채널을 감싸는 것과 달리 GAA 공정은 4개의 게이트가 채널을 모든 방향으로 감싸(Gate All Around) 누설 전류를 최소화한다. 공정 미세화에 따라 누설 전류가 발생하고, 결국 너무 짧아진 게이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GAA 기술을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도입했지만, GAA가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GAA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의 생산 수율(완성품 비율)과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3나노 공정에서 안정적 기존 핀펫 공정 기술을 활용한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를 유치했다. 하지만 3나노에서 GAA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는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파운드리 3나노 전쟁에선 삼성전자가 밀린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3나노 생산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장 성장으로 서버와 모바일용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며, 반도체 파운드리 시설투자 경쟁은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 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2나노 공정 수요가 3나노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TSMC는 밀려드는 주문에 3나노 공정 생산을 3배까지 늘리고 있는데, 2나노에서 이보다 더 많은 수요를 예상한 것이다.

2나노 파운드리 경쟁에서 핵심 공정 기술은 GAA다. TSMC 역시 3나노에서 사용하던 핀펫 공정 대신 2나노에선 GAA 기술을 적용키로 하고 시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더 빠르게 GAA 기술 완성에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장샤오강 TSMC 부사장은 “GAA를 적용했을 때 수율이 목표치의 90%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때부터 GAA를 적용한 기술력과 노하루를 바탕으로 2나노 파운드리 경쟁에서 앞서간다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는 특히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을 시트 형태로 만들어 저항과 전류제어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MBCFET’(Multi-Bridge Channel Field Effect Transistor) 기술을 통해 GAA 기술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의 GAA 공정 기술의 차이가 크지 않고, 도입 속도도 비슷한 양상이어서 삼성전자가 2나노 GAA로 TSMC를 앞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3나노 GAA 공정은 안정화되고 있다”며 “TSMC와 GAA 기술에서 일부 공정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사실상 같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