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합병 '9부 능선'에도 긴장, 노조 반발에 티웨이항공 운항 논란까지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곳곳에 도사린 돌발 변수를 마주치고 있어 '메가캐리어'로 도약하는 데까지 긴장감을 늦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마주한 '돌발 변수'들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합병을 매듭짓고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는 데까지 긴장감을 늦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와 관련해 합병을 반대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유럽연합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EC)와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조종사협회(ASAP)’에 대한항공의 인수를 반대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특히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이 에어인천에 분리매각되는 것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에어인천은 소형 화물기 4대를 보유한 소규모 항공사인 만큼 아시아아나항공 화물사업(대형 화물기 10대, 중형 화물기 1대 보유)을 인수했을 때 제대로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조종사들의 고용 유지와 처우 보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결국에는 국내 화물시장이 대한항공의 독점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화물기 조종사들의 사직서를 모아 대한항공을 압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노조는 화물기를 조종할 인력이 이관되지 않으면 인수자인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자산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돼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대한항공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유럽 4개 노선(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관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조종사가 없어 화물기를 띄우지 못하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독점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논리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갈등은 미국 법무부(DOJ)의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통합 법인의 운수권 조정을 승인의 조건으로 내건다면 노조 측의 반발이 나올 여지가 또 생기기 때문이다. 

한예택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부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운수권이 우리의 일자리인데 운수권을 모두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에서도 승인을 조건으로 운수권 반납을 요청해왔다는 얘기가 있는데 앞으로 조종사는 있지만 가야 할 목적지가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유지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말 뿐인 고용 유지만 외치고 있다”며 “대한항공 경영진, KDB산업은행 측에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다 묵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항공화물산업의 장기적 경쟁력 유지와 발전을 위해 자금조달 역량을 갖춘 컨소시엄을 다각도로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분할합병 방식으로 이뤄지는 매각 특성상 상법에 따라 근로관계를 포괄승계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과제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은 티웨이항공이 지연 운항 논란을 빚고 있는 점도 불편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에만 항공기 지연 운항이 다섯 차례나 있었다. 인천과 일본 오사카, 태국 방콕 등을 오가는 항공편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대한항공 합병 '9부 능선'에도 긴장, 노조 반발에 티웨이항공 운항 논란까지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항공 분야 안전관리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실시했고 7월 중 안전대책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이 제출한 안전대책 초안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리올림픽 전 파리노선 취항하겠다는 애초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6월26일 인천국제공항과 공항 내 대한항공 인천 정비고를 찾아 항공사들의 안전관리 계획을 점검한 자리에서 "안전하지 않은 항공기에는 단 한 명의 국민도 태울 수 없다는 기치 아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운항이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티웨이항공이 기존 단거리 노선에서도 충분한 안전관리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유럽으로 향하는 장거리노선을 운영할 만한 역량을 입증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다. 자칫 대한항공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부여한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운수권을 넘겨받는 에어인천과 티웨이항공의 사업 안착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