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적자 깼지만 석유화학 불확실, 김교현 배터리소재 성장 기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이 10월13일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열린 '롯데화학군 CEO IR DAY'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6개 분기 만에 적자 고리를 끊었지만 이를 계기로 실적반등을 시작할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혀 있다. 석유화학 업황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눈앞으로 다가온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 등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할 배터리소재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롯데케미칼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당장 올해 4분기와 그 이후에도 롯데케미칼 석유화학사업(기초소재사업부문)을 둘러싼 업황은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석유화학 업황을 다소 긍정적으로 봤지만 증권업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등락 및 글로벌 경기 변동성 탓에 반등을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공급감소 덕분에 이미 바닥은 쳤다고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내년 석유화학 기초소재인 에틸렌 신증설물량은 470만 톤으로 올해 970만 톤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수요 증가량은 700만 톤으로 예측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가 석유화학 업황의 바닥이었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는 주요 제품 증설물량 공급, 수요회복 둔화와 함께 업황 회복이 지연된 것이고 앞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3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뒤 올해에는 분기별로 손익분기점을 넘나들었다.

증권업계에서도 내년부터 석유화학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신증설량은 내년을 지나 2025년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제한된 증설량 아래 석유화학 업황 개선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와 정반대로 내다보는 관측 역시 만만치 않다. 에틸렌 신증설량이 올해보다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수요 증가와 실제 공급 감소 모두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성장 정체가 근거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5.4%에서 내년 4.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에틸렌 수요의 기반은 경제성장률”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신증설 이외에 가동률 조정만을 통해 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가동률은 79%로 코로나19 이전 4년(2016~2019년) 평균치인 90%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가동률을 높일 여력이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롯데케미칼의 근간인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이 여전히 안개 속에 쌓여있는 만큼 김 부회장으로서도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배터리소재를 ‘반등카드’로 삼고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생산설비 건설 등을 통해 진행해오던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관련 포트폴리오가 곧 완성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양극재 중간 소재로 알루미늄박(양극박), 전해질 중간 소재로는 전해액(액체 전해질) 유기용매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분리막 중간 소재인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은 2018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음극재 중간 소재인 동박사업은 올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개시했다.

전해액 유기용매와 알루미늄박의 초기 생산시점은 내년으로 계획됐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와 관련한 중간 소재 포트폴리오를 모두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케미칼 적자 깼지만 석유화학 불확실, 김교현 배터리소재 성장 기대

▲ 리튬이온배터리 설명 이미지. 알루미늄박이 포함된 양극활물질(양극재)와 동박이 포함된 음극활물질(음극재) 사이에 분리막과 전해액이 위치한다. <롯데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내년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상업화하는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을 시작한다.

올해 말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전해액 유기용매 가운데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생산설비를 준공하고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대산석유화학단지에 다른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메틸 카보네이트(EMC)와 디에틸 카보네이트(EMC) 생산설비 구축을 마친다. 전해액 유기용매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11만8천 톤이다.

알루미늄박 첫 공장은 미국 켄터키주에 지어진다.

내년 하반기 연산 1만8천 톤 생산라인이 먼저 지어지고 2025년에 나머지 연산 1만8천 톤 라인도 완공된다.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과 동박 분야의 성장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분리막용 PE 판매량은 1만9천 톤으로 이는 2021년의 5배에 이르는 수치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2030년 10만 톤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료가 저렴한 말레이시아에서 5공장과 6공장 가동을 통해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 6만 톤에서 내년 8만 톤까지 끌어올린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 탓에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20억 원 안팎에 머물러 있지만 2025년부터는 반등이 예상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다음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배터리소재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2024년 롯데케미칼에 관해 긍정적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데 여기에는 신규 사업(배터리소재) 부문에서 지속될 사업성과 창출을 배경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김 부회장에게는 앞으로 배터리소재사업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성장성 높은 배터리소재사업으로의 확장이 LG화학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보다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또 2조7천억 원이 투입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는 지난해 연간 76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와중에 결정된 건으로 김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김 부회장은 롯데케미칼 배터리소재사업 매출목표를 2030년 7조 원으로 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공식화하며 “배터리소재사업의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주주가치 향상을 이끌 것”이라고 밝힌 적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배터리소재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연 평균 30% 고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 시장으로 기대했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