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그동안 기반을 다져온 해상풍력터빈 분야에서 성과가 가시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해상풍력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라 두산에너빌리티가 의미 있는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에너빌리티 해상풍력 사업화 순조, 박지원 국내 넘어 글로벌 확장 채비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해상풍력터빈 사업의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도 사업을 확장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더 나아가 글로벌 해상풍력시장의 본격 개화에 발맞춰 사업 역량을 강화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두산에너빌리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을 통해 연구개발과 실증 등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사업실적(트랙레코드)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사업화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현재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핵증기공급계통, 터빈, 담수·수처리설비, 주단조품 등이 주로 영업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0년대 중반 풍력사업에 뛰어든 뒤 꾸준히 사업 역량을 키워왔지만 영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다만 해상풍력터빈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과 실증을 진행하며 사업화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현재 3.3MW, 5.5MW, 8MW 해상풍력터빈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5.5MW급 생산을 위한 풍력2공장 건설, 8MW급 생산공장 조성 준비 등을 추진하며 생산체제 구축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최초로 8MW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모델명 DS205-8MW)을 통해 국제 인증기관 독일의 데비오씨씨(DEWI-OCC)로부터 국제 형식인증을 획득하며 그동안 갈고닦은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해상풍력 분야 역량이 뛰어난 해외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실적 1위인 지멘스가메사와 국내 해상풍력시장에서 기술 교류와 산업 생태계 확대 등에 걸쳐 폭 넓은 협력관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터빈 역량은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 단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은 대형 터빈 개발에 앞서 있는 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들보다 사업실적과 양산능력에서도 객관적으로 뒤처져있었다. 

다만 지속적 개술개발 노력과 선두권 글로벌 기업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약점들을 상당 부분 보완한 만큼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만큼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는 대부분 두산에너빌리티, 지멘스가메사, 베스타스 모델이 사용될 예정으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면 그 밖의 업체들의 터빈이 국내 프로젝트에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8MW급 풍력터빈을 개발한 상태지만 대량 생산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지멘스가메사와 협력은 향후 15MW급 이상 초대형 터빈 개발과 대량생산의 어려움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해상풍력 역량을 키워 놓은 상황에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글로벌 에너지조사업체 GWEC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체가 확인된 한국 해상풍력 프로젝트 규모는 2030년까지 약 38.4GW 수준에 이른다. 

1GW당 터빈 수주 금액을 1조5천억 원이라 가정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해상풍력시장의 20% 정도를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10조 원 넘는 수주잔고를 쌓을 수 있다는 추산도 가능하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에 관한 정확한 추산치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풍력업계에서는 1GW당 대략 5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풍력터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2023년 2분기 말 별도 기준 기존 사업의 수주잔고가 16조4512억 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국내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에 따른 기대 효과가 작지 않은 셈이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005년 풍력터빈 분야에 발을 처음 들인 시점부터 풍력터빈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풍력터빈사업을 더 진전시키지 않는 상황에서도 박 회장은 기술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풍력터빈사업 역량을 키워왔다.

해상풍력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만큼 이런 박 회장의 노력도 빛을 볼 날이 다가온 셈이다. 

특히 정부의 해상풍력 도입 확대 정책에 발맞춰 해상풍력 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20년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상풍력사업 육성 방안을 공개하며 “정부가 발표한 해상 풍력발전 방안에 힘입어 국내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상 풍력발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국내 해상 풍력발전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8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국제 형식인증, 국내선 처음

▲ 두산에너빌리티가 2022년 1월 전남 영광군 국가풍력실증센터에 설치한 8MW 해상풍력발전기. <두산에너빌리티>


박 회장은 국내 해상풍력시장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구상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 자회사 두산비나를 통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비나는 지난해 말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동남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세계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을 공급하기로 했다. 

모노파일은 대형 후판(두꺼운 철판)을 용접해 만든 원통형 구조물이다. 모노파일은 해수면 아래 지반에 설치해 해상풍력발전기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작 및 설치가 비교적 쉬워 유럽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오스테드와 협력을 통해 베트남은 물론 글로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초대형 해상풍력 공동개발에 나선 것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독점하던 15MW급 이상 초대형 해상풍력에서도 연구개발을 진행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말 한국중부발전과 ‘차세대 해상풍력 공동개발 및 해상풍력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중부발전은 20MW급 이상 차세대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화 등 해상풍력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해상풍력 발전 생태계 활성화를 꾀하며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해상풍력발전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을 넘어 이를 실현하는 사업기회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춰 해외수출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