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 안전기준을 강화한다.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등 안전문제가 불거지자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허들이 더 높아지면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저울질하는 단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서울시 리모델링 안전기준 강화, 리모델링 추진 단지 생각 많아진다

▲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 안전기준을 강화면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저울질하는 단지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궁전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국내 1호 리모델링 아파트 방배 쌍용예가클래식. <쌍용건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방안’을 발송했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 단계부터 이 방안을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타운(5150세대), 동작구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 3485세대)을 비롯해 대부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용산 이촌동 사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은 수평증축·별동신축, 수직증축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서울시는 수평증축도 수직증축과 같이 2차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안전기준 강화로 사실상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더 힘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서울시는 앞서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리모델링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데에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4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사업을 할 경우 세대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기존에는 세대수를 15% 늘릴 수 있었는데 21%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을 따르고 있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아래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사업과 구분된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과 다르게 별도의 공공기여(기부채납)를 하지 않고도 세대수를 늘릴 수 있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촌동 쪽에도 장려책을 통해 재건축으로 사업을 돌리려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촌동은 제3종일반주거지역 법정 용적률 300%(서울시 조례 250%)가 넘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서울시가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 혜택을 주겠다고 지난 6월27일 발표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되면 법정 상한 500%(서울시 조례 400%까)지 용적률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리모델링사업에서 재건축사업으로 돌리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존재해 조합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용적률 상향에 따라 연면적이 늘어도 공공기여, 무상양도 등을 제외하면 조합원이 보유한 연면적보다 작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공공기여분 등을 반영해 계산했을 때 재건축을 하면 조합원 평형이 6~7평 가까이 줄어든다고 사업성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정부가 내력벽 철거 관련 기준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단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 현대2차 아파트는 내력벽 일부 철거 불가 통보를 받고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2월 건축심의를 통과해 2022년 10월 행위허가를 성동구청에 요청했지만 지난 5월 서울시가 안전성 문제를 들어 내력벽 일부철거가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리모델링 안전기준 강화, 리모델링 추진 단지 생각 많아진다

▲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성2차·우성3차, 극동아파트 등 이른바 ‘우극신’ 통합리모델링 사업의 조합창립총회를 축하하는 포스코이앤씨 현수막이 우성아파트 앞에 걸려있다. <우극신 리모델링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둔촌 현대2차 리모델링 조합은 강동구청과 기존 건축심의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리모델링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내력벽 철거 관련 용역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애초 용역 평가를 지난 3월까지 진행한 뒤 4월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늦춰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내력벽 부분철거를 두고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이다. 현행법상 세대 내 내력벽 철거는 가능하지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는 붕괴 등 안전상 우려로 금지돼 있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다양한 평면 구성과 구조 설계가 가능해진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기본 골조를 유지하면서 공사를 진행해 안전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계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 안전진단을 강화함에 따라 리모델링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