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서 하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정비사업 조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공사들이 도시정비 선별 수주로 몸을 사리고 있어 시공사를 찾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정비사업 100여 곳 시공사 찾기 나선다, 건설사는 수주 경쟁 신중

▲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서 하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정비사업 조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남산 지역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30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7월1일부터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안'이 시행되면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서둘러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울시 정비몽땅 등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에서 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116곳 가운데 상당수 사업지가 7월부터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이다. 이와 함께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용산 정비창 일대 등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은 하반기 도시정비사업물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인력을 충원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시공사 선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곳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등에 한정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현재 조례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7월부터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해 3~4년가량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사업시행인가는 정비구역 또는 재정비 촉진구역에서 정비계획 내용과 건축심의내용 등을 반영해 이를 확정하고 인가를 획득해 실질적 사업 범위 및 규모가 결정되는 행정행위다. 토지이용계획, 주택규모와 배치, 조감도 등이 확정돼 본격적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을 막고 조합과 시공사 사이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해왔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설계를 변경하는 일이 잦아 공사비 증액을 막는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사업절차만 복잡하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하더라도 설계가 변경돼 공사비가 오르는 경우는 흔하다. 건설자재값 상승과 별개로 시공사들이 사업성이 뛰어난 곳에는 조합에게 특화설계를 제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35층 높이 규제를 폐지하면서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GS건설은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이촌동 한강맨숀을 68층으로 짓기 위해 35층 규제 완화전에 준비했던 68층 설계안을 용산구에 다시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이뤄졌을 때의 장단점은 뚜렷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합은 자금력이 부족하므로 신용등급이 높은 시공사를 선정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비 대출을 받아 사업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시공사의 도움으로 불필요한 설계나 인허가 변경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의 유착이 발생할 수 있고 경쟁수주 가능성이 낮아져 조합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실상 일찌감치 수주가 결정되면서 입찰 경쟁률이 떨어지거나 단독입찰에 따른 유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공사비 증액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역입찰을 확고히 해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역입찰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통해 확정된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공사 항목별 예산을 명시하는 것이다. 시공사의 일방적인 공사비 증액 등을 막기 위해 시공사 선정 때 설계와 함께 세부 공사 물량 내역을 제출하도록 한다. 

서울시는 시공사가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공사비를 산정해 입찰하는 방식과 조합이 직접 분리발주를 통해 설계를 확정지은 뒤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공사들은 미리 공사비를 산정하는 내역입찰에 들어가길 주저할 공산이 크다. 시공사 선정 뒤 5~6년 뒤에나 착공이 이뤄지는데 최근 건설자재값이 오르고 있고 미래 예측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자재값 상승 이외에 공사비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는 특화설계(대안설계) 등을 막기 위해서는 내역입찰 등의 과도한 설계도서 관련 기준을 강조하기보다 지자체의 관리·감독에 관한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과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사 선정기준에 설계 제한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지자체가 과도한 대안설계에 관한 책임을 조합과 시공사에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정비업계는 하반기 서울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동산 경기와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을 쉽게 하지 못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를 모시기 위해 공사비를 인상한 입찰공고를 내고 있다. 서울 신당9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2차 입찰공고를 통해 3.3㎡당 공사비를 840만 원으로 100만 원 올렸고 중곡아파트 재건축조합도 3.3㎡당 공사비를 65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올려 시공사를 찾고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시공사 선정 조기화로 도시정비 사업장의 물량이 풀릴 것”이라면서도 “시공사 선정 뒤 5~6년 이후 착공이 이뤄질 때 건설자재값 등에 따라 공사비가 결정되는데 불확실성이 많아 시공사들이 더욱 높은 기준을 세워 사업지를 선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설립 이후로 시공사 선정을 앞당긴다고 공사비 갈등을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