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독일 파운드리 투자 '더블'로 간다, TSMC·삼성전자 추격 자신감 재확인

▲ 인텔이 독일 반도체공장 투자 금액을 대폭 확대하며 유럽연합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수혜폭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이 독일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인텔>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독일에 건설하는 파운드리 생산공장 투자 규모를 2배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및 독일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따른 결과다.

2나노 등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서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경쟁사를 확실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 규모를 300억 유로(약 41조7천억 원)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확정된 투자 금액은 170억 달러였는데 두 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인텔의 독일 반도체공장이 당초 목표한 것보다 축소되거나 건설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최근까지 유력하게 나왔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1분기 역대 최악의 순손실을 기록한 인텔의 실적 부진, 투자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 등이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이 이러한 예상을 깨고 오히려 투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승부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 및 애리조나주에도 모두 400억 달러(약 50조8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다수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상위 경쟁사도 각각 자국과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인텔이 가장 공격적으로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인텔이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향후 파운드리 경쟁에 대한 자신감과 유럽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지원 조건 등이 거론된다.

유럽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하는 유럽연합 차원의 정책으로 회원국에 반도체 공장 또는 연구시설을 설립하는 기업에 430억 유로(약 60조 원)를 지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인텔의 요구에 따라 100억 유로(약 14조 원) 규모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대신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늘려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인텔이 이를 받아들여 독일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계획보다 더 키우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르면 현지시각으로 19일 인텔을 향한 지원 방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된다.
 
인텔 독일 파운드리 투자 '더블'로 간다, TSMC·삼성전자 추격 자신감 재확인

▲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로드맵. <인텔>

인텔이 차세대 2나노(20A), 18나노(18A) 등 첨단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신규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늘리는 것은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발주자로 파운드리시장에 뛰어들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업계 1,2위 기업과 맞서 충분한 고객사 위탁생산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의 파운드리사업은 당초 미국 정부와 일부 미국 내 반도체 설계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기가 주요 경쟁사보다 크게 늦은 데다 5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 투자를 확대하는 계획은 해당 공장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충분한 만큼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에 두고 추진된다.

TSMC와 삼성전자의 2강 체제로 장기간 자리잡아 온 세계 첨단 파운드리 시장이 확실하게 ‘3파전’ 양상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텔의 유럽 투자 방안을 두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유럽 내 첨단 파운드리 고객사가 아직 확실하지 않고 수요 물량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모바일 반도체, GPU와 CPU 설계기업이 밀집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발생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는 주로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업체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가격이 비싼 첨단 파운드리 공정보다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등 구형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의 수요가 훨씬 많다.

TSMC가 현재 독일에 파운드리공장 투자 방안을 검토하며 28나노급 구형 공정 도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수요 전망을 바탕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앞으로 자율주행 반도체, 고성능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등으로 수요가 다변화될 수 있지만 인텔의 투자 규모를 고려한다면 가동률을 높이기 충분한 수준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은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며 전 세계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기업의 공장 유치를 목표로 두고 있었다. 인텔과 TSMC가 잇따라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며 정책의 성과가 윤곽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유럽에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않아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생산거점 다변화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텔이 2나노 등 차세대 공정 기술력을 증명하고 독일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통해 공급 능력과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넘고 2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