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 끝나도 ‘중꺾마’,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신동빈 지원 '기세'는 계속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자이언츠 전준우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자이언츠가 주춤하다.

4월 프로야구리그(KBO리그)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현재 순위는 3~4위를 오가고 있다.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다시 듣게 될 처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선수단 지원을 이어가며 순위 반등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진심을 다하고 있다.

14일 프로야구계와 롯데자이언츠 팬 커뮤니티 등에서 나오는 반응을 종합하면 롯데자이언츠가 올해 초 흥행 돌풍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자이언츠는 14일 오전 기준으로 프로야구리그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13일까지만 하더라도 4위였지만 이날 순위가 한 계단 올라갔다.

현재 성적도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4월 개막한 뒤 1위에 올랐던 초반 기세와 비교하면 팬들 입장에선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올해 4월 프로야구리그에서 1위에 올랐다. 4월 성적 기준으로 롯데자이언츠가 1위에 오른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9연승한 롯데자이언츠 선수단에게 총 4천만 원에 가까운 선물을 돌리기도 했다.

5월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롯데자이언츠는 모두 22번 열린 경기에서 13승 9패로 승률 0.591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승팀인 SSG랜더스와 LG트윈스가 더욱 선전하면서 롯데자이언츠의 순위는 내려왔다.

그럼에도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신동빈 회장의 선수단 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소속 몇몇 선수들은 13일 각 개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란히 게시글을 올려 신동빈 회장이 지원한 ‘기세도시락’을 소개했다.

투수 김상수 선수는 “구단주님 잘먹었습니다. 몸보신”이라는 글을, 투수 최준용 선수는 “먹고 빨리 나아서 힘 내보겠습니다! 구단주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상수 선수는 롯데자이언츠의 올해 돌풍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난해 말 SSG랜더스에서 활약하다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방출돼 은퇴 위기까지 몰렸지만 올해 롯데자이언츠로 이적한 뒤 롯데자이언츠 불펜의 핵심 선수가 됐다.

최준용 선수 역시 롯데자이언츠가 좋은 흐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올해 시즌을 2군에서 시작됐지만 4월 말 1군으로 올라온 뒤 여러 경기에서 호투했다. 하지만 5월 중순 부상으로 1군에서 내려가 현재 회복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이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했다는 것은 단지 롯데자이언츠가 1위에 올랐을 때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수단을 배려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잠시 주춤하더라도 구단 차원에서의 적극적 지원은 계속된다는 신뢰감을 심어줬다는 뜻이다.

신 회장이 도시락을 지원한 대상은 선수단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신 회장은 선수들을 포함해 롯데자이언츠 소속 1·2군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은 물론 경기 진행 파트너사 모든 직원에게 총 300개의 고급 도시락을 제공했다.

파트너사 직원들까지 두루 챙겼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롯데자이언츠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드러난다.

신동빈 회장의 지원 덕분인지 롯데자이언츠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경기에서 7대 5로 승리했다.

신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구장 안으로 내려와 선수단과 한 사람씩 만나 악수를 나누며 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 부쩍 롯데자이언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9연승 기념 선물로 선수단에게 고급 헤어 스타일링 기기와 무선 헤드셋을 선물로 줬고 올해 시즌에 개막하기 전에는 여러 선수를 영입하는 데 총 170억 원을 썼다.

신 회장의 롯데자이언츠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유통업계 맞수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 회장은 2021년 SSG랜더스를 인수한 뒤 구단 홍보맨을 자처하며 음성채팅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를 통해 신 회장을 자극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2015년 9월 이후 약 6년 만인 2021년 4월27일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정 부회장의 도발에 신 회장이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이 야구장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클럽하우스에 ‘동빈이형 가만 안도...’라는 제목의 방을 만들고 팬들과 1시간가량 소통하며 “내가 롯데를 도발했기 때문에 동빈이형이 야구장에 왔다”며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자극성 발언 이후 신 회장이 점차 팬들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자이언츠 팬들은 올해 경기 흐름을 놓고 '기세'라는 단어를 밀고 있다. 좋은 기세를 올해 시즌 말까지 끌고가고자 하는 기대가 담긴 문구인데 신 회장이 선수단에게 '기세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락을 지원한 것은 팬들의 문화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