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일론 머스크 CEO 때문에 미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열풍이라고 할 정도다.

인공지능이나 전기차, 로켓, 가상화폐 이야기가 아니다. 다이어트 주사 이야기다.

머스크 CEO는 2022년 7월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사진이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그의 몸매 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3개월 뒤 테슬라 AI데이에서는 말끔한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공개한 인공지능 로봇이 세간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탓인지 그의 다이어트 비결에 온 미국의 관심이 쏟아졌다. 머스크 CEO은 개인 트레이너가 있긴 하지만 운동을 싫어해 거의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다이어트 비결을 물어보자 머스크 CEO는 '간헐적 단식, 그리고 위고비'라고 썼다.

이후 여러 헐리우트 스타들이 위고비나 그와 유사한 주사와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2023년에 이르도록 관련 약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미국은 비만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비만(BMI 30 이상)인구 비율은 4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율을 단순비교하면 한국(5.9%)의 7배에 이른다.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이어트 산업도 어느 나라보다 거대하게 성장했다. 미국의 다이어트 관련 산업 규모는 2022년 76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운동보다 쉬운 2세대 다이어트 약이 등장하면서 다이어트 시장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이어트 약은 살찌는 것을 막는 약이다. 그 방식은 식욕 억제, 영양 흡수 억제, 호르몬 분비 촉진 등이 있다. 시장에서는 식욕 억제와 호르몬 분비 촉진 방식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국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진 식욕 억제 방식은 마약성 진통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식욕억제 효과에 착안해 메스암페타민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암페타민 유사물질을 활용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마약성 식욕 억제제라고도 부른다. 

살이 찌는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효과는 탁월할 수 있지만 우울증과 불면증, 심하면 환각 같은 이상증세도 유발할 수 있으며 나중에는 진짜 마약처럼 중독성과 내성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 아래 처방돼야 한다. 그러나 불법으로 이 약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마약성 식욕 억제제의 불법처방과 남용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방식이 있다. 원리는 장에서 분비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글루카곤양펩티드) 유사물질을 활용한 것이다.

원래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없는 당뇨병 환자를 위해 등장한 약인데 비만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이제는 비만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이 분야의 수퍼스타는 삭센다라는 약이다. 스웨덴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2009년 당뇨치료제 빅토자를 개발하던 중 약의 부작용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자 개발방향을 수정해 다이어트 약으로 만들었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해 2019년에만 매출 426억 원을 냈다. 연간 1757억 원 규모인 한국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차지한 거물약으로 성장했다.

삭센다를 4주 동안 매일 투약하면 5% 수준의 체중 감량이 가능하며 비용은 월 15만 원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러나 매일 바늘로 허리를 찌르는 고통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장벽이 높다. 또 구토와 메스꺼움, 변비와 설사 등의 부작용도 있어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운동을 하고 말겠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았던 이 1세대 다이어트 약들을 조만간 2세대 다이어트 약들이 밀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 언급했던 위고비는 삭센다를 만든 노보노디스크에서 만든 2세대 다이어트 약이다. 삭센다와 달리 1주일에 1회 주사로 68주를 맞으면 15% 수준의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한다.

위고비 프로그램의 한 달 비용은 1500달러(약200만 원) 수준으로 삭센다보다 훨씬 비싸지만 1주일에 1회만 맞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원리 자체는 삭센다와 같기 때문에 비슷한 부작용을 겪게 되지만 부작용에 의한 중도포기 비율이 다른 2세대 약들 가운데 가장 낮다고 전해졌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에서 승인받은 뒤 2년 만에 미국 다이어트 시장을 평정했다. 품귀현상에 미국 FDA가 위고비를 공급부족 의약품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위고비를 구할 수 없자 다른 2세대 다이어트 약인 오젬픽도 동이 나면서 역시 공급부족 의약품에 지정됐다.

이를 지켜보는 미국 현지 헬스클럽, 저칼로리 음식, 의료서비스 등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비상이 걸렸다.

2023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체중관리 서비스 기업 웨이트워처스 회원 수는 2020년 5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2년 350만 명으로 줄었다. 이제는 아예 다이어트 주사 위고비를 유통하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을 강타한 위고비가 2024년에는 한국에도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부터 한국 임상을 시작했으며 2023년 4월 임상이 마무리돼 2024년 출시가 점쳐진다.

미국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국내에는 위탁생산을 통해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래도 비슷한 인슐린 분비 촉진제 연구 및 생산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미약품과 펩트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GLP-1 연구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형 당뇨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3상에 성공했으나 아직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펩트론 역시 GLP-1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지속해온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한번 맞으면 1개월 지속되는 당뇨치료제 후보물질인 PT403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2세대 다이어트 약들이 10조 원 규모의 한국 다이어트 시장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까? 한국 기업 가운데 누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