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보톡스 소송' 패소 따른 타격은, 국내와 미국 '정반대' 분석 나와

▲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국내 보툴리눔톡신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도용 여부를 다룬 국내 소송에서 쓴 잔을 마셨다. 보툴리눔톡신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회사 주가는 대폭 떨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패소가 대웅제약에 사업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소송 결과로 대웅제약의 국내 보툴리눔톡신사업이 타격을 받더라도 훨씬 규모가 큰 미국사업은 소송과 별개로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톡신 국내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따른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사업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는 미국사업이 소송과 무관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송 결과가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미국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유럽, 호주, 캐나다, 남아공, 일본 등의 지역에 대한 영향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나보타 국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에 비해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나보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수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메디톡스는 앞서 2017년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0일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400억 원을 지급하고 보툴리눔톡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됐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당일 대웅제약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이처럼 대웅제약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미국사업에 대한 영향이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은 이전에도 두 기업 사이에서 벌어진 법적 다툼을 통해 관련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2019년에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보툴리눔톡신 소송을 냈다. 이에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 나보타에 대해 21개월 동안 미국 내 판매 및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메디톡스는 2021년 2월 에볼루스로부터 합의금과 로열티 등을 받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당시 합의에는 한국에서의 민사소송이 미국 보툴리눔톡신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에볼루스는 이번 국내 판결이 나온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판결은 보툴리눔톡신 생산과 수출 또는 해외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매출 약 57%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가장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인 만큼 미용산업에 대한 수요도 세계 1위 수준이다. 

국내사업 비중은 이보다 작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사업 글로벌 매출은 약 14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국내 매출은 300억 원대로 파악된다. 비록 대웅제약이 소송에서 졌어도 보툴리눔톡신사업의 뼈대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까닭이다.

물론 국내사업만 놓고 보면 이번 패소에 따른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법원 판결을 따를 경우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400억 원을 지급해야 해 1년치 국내 매출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 국내사업의 지속 자체도 불투명해진다.

메디톡스와 법적 다툼을 지속하는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대웅제약은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는 한편 항소를 제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문제는 강제집행정지 신청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박재경 연구원은 "집행정지 신청에는 현금 공탁이 필요하고 공탁 금액은 판결 금액 400억 원의 최대 100%다"며 "향후 공탁 금액은 대손충당금으로 영업외비용에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이외에도 중국처럼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을 직접 판매하는 지역에 이번 판결의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지역과 국내, 중국 등 대웅제약 직판 지역으로 나눠서 민사 1심의 영향을 판단해야 한다"며 "에볼루스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지역은 민사 1심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