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과 관련한 협상 결과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협상 결과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제혜택)을 준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조항의 유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유예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유럽연합 화이팅!, 현대차 EU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협상 결과 주시

▲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사진)이 EU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세제혜택과 관련한 협상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와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이번 주 안으로 첫 회의를 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자동차만을 보조금 대상으로 제한해 이를 놓고 자동차 강국 독일을 포함한 EU 주요 회원국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특별 TF에서 EU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강한 합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달 미국과 EU의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앞둔 상황인 만큼 이와 연계하여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EU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TTC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미국과 EU의 무역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목적에서 정상 사이 합의를 통해 2021년 6월 구성된 포럼을 말한다.

특히 EU는 이번 TF에서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슷하게 미국과 관세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0월11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계산업 회의에서 “독일이 다른 국가들과 전방위 관세전쟁을 막기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후속조치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EU와 미국의 협상 결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기간 유예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적용에서 EU를 예외로 둔다면 한국과 미국 사이에 협상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만큼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공장에 투자하는 돈만 55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른다.

더구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본사가 있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만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곳인 만큼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미국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중간선거로 정계가 어수선한 상황에 놓여 있어 EU와 협상에서 단기간에 합의점이 도출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미국 중간선거가 현재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8일(현지시각)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 국정 운영 동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간에 상원과 하원의원, 주지사를 선출하는 선거를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40%에 그치고 있어 이런 여론이 중간선거에 반영된다면 중간선거 이후 상원과 하원의원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우세한 정국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로 한국산 전기차와 관련한 유예기간이나 세제혜택 유지 등의 반사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현대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노동법 위반 문제 등을 빌미로 현대차가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일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공화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면 이런 목소리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