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초호황에 질 좋은 수주잔고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다만 조선3사는 조선업을 덮친 인력난과 여전히 잔존하는 러시아발 리스크를 해소해야 온전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3사 고부가 LNG선 수주 순항, 인력난과 러시아 리스크 극복은 과제

▲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세계 선박 발주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부가 LNG운반선 수주 호황에 힘입어 조선3사는 향후 실적 반등 기반을 착실히 마련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조선업의 해묵은 인력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리스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세계 선박 발주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20년 코로나19 대충격을 지난 뒤 2021년 선박 발주 수요가 워낙 커진 데 따른 상대적 효과에 더해 금리 및 선박 건조가격 상승 등이 선박 발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조선사 입장에서 최근 선가 상승은 높은 원자재 가격, 오랜 부진에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서하기 위한 적정 수익성 확보 등을 고려할 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다만 선주들이 체감하는 급격한 선가 상승은 금리 상승까지 더해져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을 3500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예측했다. 지난해 5130만CGT보다 31.7% 감소하는 것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를 봐도 올해 1~8월 세계 선박 발주량(2768만CGT)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 줄었다.

이에 올해 조선3사의 수주량 역시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선3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운반선 수주에 집중해 질 좋은 일감을 넉넉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공급차질, 에너지 안보 불안 등으로 글로벌 LNG 수요가 폭증하면서 LNG운반선 발주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카타르 노스필드 프로젝트 관련 대규모 LNG운반선 물량도 올해 6월부터 꾸준히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6일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7척을,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4척을 각각 수주했다고 알렸다. 두 회사 모두 구체적으로 밝히는 않았지만 이번 수주는 카타르 노스필드 프로젝트와 관련한 LNG운반선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운반선 1척당 가격은 2억1천만 달러 안팎이다. 이를 놓고 조선업계에서는 현재 선가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카타르 노스필드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이란 관측이 나온다.

8월 LNG운반선 선가는 역대 최고치인 2억4천만 달러를 찍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1년 반 사이 33%가량이나 높아졌는데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운반선 선가는 2억3천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가 더 오르는 데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한국 조선사들이 LNG운반선 선가로 2억7천만 달러를 제안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LNG운반선 수주 실적을 보면 한국조선해양은 41척,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28척이다. 조선3사 모두 올해 수주 성과의 3분의 2 이상을 LNG운반선으로 채웠다.

조선3사는 풍부한 고부가 LNG운반선 일감을 통해 중장기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인력난과 러시아 리스크는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로 꼽힌다.

조선업계 인력 부족 문제는 지난해부터 조선3사 수주가 급증하면서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특히 LNG운반선은 다른 선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면서도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특성을 지녔다.

LNG운반선에 집중된 조선3사의 선별수주가 인력난을 더욱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업체 4개사는 한국조선해양이 통상적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면서 일부 인력에는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채용 절차상 특혜를 제공하는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조선해양이 자사들의 LNG운반선 핵심 실무 인력을 집중적으로 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사 사이 인력 확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신고 사태는 조선업계 인력 풀이 비교적 한정된 상황에서 해묵은 조선업 인력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으로 여겨진다.

인력난뿐 아니라 러시아에서 수주한 선박들을 차질 없이 건조해 인도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 조선사 실적에서 관건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3월부터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는데 러시아가 국내 조선사와 맺은 계약 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실시하는 등 러시아를 향한 선박 건조에 기자재를 순조롭게 공급하는 일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 매출이 당초 계획인 7조 원보다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초 기준 러시아와 맺고 있는 계약규모는 삼성중공업이 6조 원(50억 달러)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해양이 3조 원(25억 달러), 한국조선해양이 6500억 원(5억5천만 달러)이다.

이 가운데 한국조선해양은 7월 6500억 원 규모의 선박을 모두 계약 해지한 뒤 다른 국가와 재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조선해양은 5월과 6월 두 건의 계약을 해지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LNG운반선 수요 강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 높은 선박을 골라서 수주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며 “다만 중장기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 조선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은데 워낙 글로벌 새 선박 건조 수요가 강한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