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족한 인텔,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삼성전자 TSMC 추격 나서

▲  인텔이 캐나다 대체자산 운용사인 블룩필드와 손잡고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 최대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공동투자한다. 사진은 팻 겔싱어 인텔 CEO.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캐나다 대체자산 운용사인 블룩필드와 손잡고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에 최대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공동투자한다.

인텔은 현지시각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최초로 반도체 공동투자 프로그램(SCIP)을 도입해 애리조나 챈들러 오코티요 캠퍼스 공장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신설 반도체공장은 인텔이 51%, 브룩필드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신설 공장에서 나오는 수익은 지분에 따라 나누게 된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도체 제조는 세계에서 가장 자본 집약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반도체업계 최초의 독특한 자금 조달 방식”이라며 “블룩필드와 계약을 통해 대차대조표 위험성은 낮추면서 더 유연성을 높여 보다 분산되고 탄력적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번 협력을 통해 향후 몇 년 동안 잉여현금흐름이 150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샘 폴록 블룩필드 인프라 최고경영자(CEO)는 “브룩필드의 대규모 자본 접근성과 인텔의 반도체업계 리더십을 결합해 선도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의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애리조나 챈들러에 2개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인텔이 이처럼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삼성전자, TSMC로부터 빼앗긴 ‘반도체 제조 왕좌’를 되찾기 위해서다.

인텔은 전통의 반도체 강자로 오랫동안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가장 많은 반도체를 판매한 기업으로 등극했다. 인텔이 오랫동안 반도체 제조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인텔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반도체 제조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까지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를 강화해온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제조 점유율을 각각 21.4%, 20.4%까지 성장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TSMC는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미국에서까지 공장을 확대하며 인텔과 격차를 벌리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이는 새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4년부터 1921억 달러(약 252조 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모두 11곳의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완공하겠다는 중장기 목표까지 세워뒀다.

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2년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도 인텔보다 많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25조3523억 원, TSMC의 현금성 자산은 55조2069억 원에 이른다. 반면 인텔의 현금성 자산은 5조8843억 원에 그친다.

인텔은 최근의 실적악화로 현금성자산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은 경제 상황 악화, 경쟁업체의 압박으로 지난 분기 매출이 급감했다고 보고하고 향후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며 “따라서 인텔은 이와 같은 자금조달 모델을 다른 설비투자에도 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