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이 한섬을 섬유 평판 1위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고급화와 온라인 강화의 투트랙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이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6월 섬유의류 상장기업 브랜드평판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4위에서 3계단 상승한 것이다. 
 
한섬 후발로 출발해 평판 1위, 김민덕 고급화·온라인 투트랙 전략 결실

▲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약 3900만 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섬유 상장기업의 참여, 소통, 사회공헌, 시장, 재무 가치 등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고 설명했다. 

6월 조사에서는 한섬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F&F, 신세계인터내셔날, 효성티앤씨, 한세실업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섬은 1987년 설립돼 패션업계 후발주자로 통한다.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F&F(1972년), 효성티앤씨(1957년), 한세실업(1982년)에 견줘 업력이 짧다.

한섬의 평판 상승은 실적으로도 반영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분석을 보면 한섬은 2022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485억 원, 영업이익 262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12% 늘어나는 것이다. 

한섬의 약진은 김 사장이 추구해 온 고급화와 온라인 강화의 두 가지 전략이 성과로 풀이된다.

F&F는 스포츠 아웃도어, 스트릿패션, 캐쥬얼패션, 아동복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현재 500여 개인 중국 매장 수를 2023년까지 2배로 늘릴 계획을 세우는 등 중국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다만 최근 스판덱스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증가로 스판덱스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세실업은 친환경 소재 개발을 통한 수출 등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미국 수출 비중이 85%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경기 위축에 따른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부문에서 한섬은 더한섬닷컴, H패션몰, EQL 등 세 곳의 패션몰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더한섬닷컴을 리뉴얼한 뒤 코로나19로 발생한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을 온라인 부문으로 상쇄하는 성과를 보였다. 

한섬은 2021년 약 20%의 매출을 온라인 부문에서 올렸다. 2022년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23%로 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부문의 높은 마진율은 한섬의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한섬은 2021년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서 판매관리비가 2020년보다 12% 늘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를 통해 영업이익을 늘려 이를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은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MZ(1981년부터 2010년 사이에 출생)세대와 접점을 늘리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10월 공식 유튜브 채널에 패션 지식을 알려주는 웹예능 ‘푸쳐핸썸’을 올렸고, 다음달인 11월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약 100여 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약 25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늘어난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한섬은 500억 원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에 세운 5만 ㎡ 규모의 온라인 전용 의류 물류센터 ‘스마트허브 e비즈’를 이번 달 들어 1일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 시스템과 무인운반로봇으로 처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전략의 또 다른 한 축인 고급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한섬은 스페인 아트디렉터 구스타보 로페즈&로레나 파라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 ‘랑방 신드롬 컬렉션’을, 핀란드 미푸코와 북유럽 디자인 가방인 ‘라피아 바스켓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고급화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한섬의 '랑방 판타지 컬렉션'은 음악, 빛, 컬러를 더한 명화 속 고급 이미지를 적용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파리 카르나 발레 뮤지엄을 배경으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프랑스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그룹 '엠엠파리스', 영화 기생충 속 자화상을 그린 작가 '지비지' 등 디자이너와도 협업해 고급 브랜드를 위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김 사장은 고급화로 패션 부문의 성장을 이끈 경험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화장품 등 뷰티 사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 향수 등은 모두 외모를 가꾸는 제품이 속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섬은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오하라’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도 입점하며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프랑스 니치 향수(고가 프리미엄 향수) 전문 편집숍인 ‘리퀴드 퍼퓸바’ 매장을 열었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의 강점인 고품격 브랜드 정체성을 화장품과 향수 등 뷰티사업 차별화 전략으로 삼을 방침이다”며 “한섬을 고객에게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스타일 크리에이터 기업으로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