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들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당장 8월부터 적용되는 새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특정성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여성 사외이사들을 급하게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7곳 중 5곳 여성 사외이사 추천, '남초' 벽 허물기엔 갈 길 멀어

▲ 4대 금융지주.


다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의 여성 사외이사는 1~2명에 그쳐 다급하게 구색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지주(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와 지방 3개 금융지주(BNK·JB·DGB)가 추천한 신임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4대 은행지주 가운데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여성사외이사를 각각 추천했다.

신한금융지주 측 사외이사 후보인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동아시아 경제에 능통한 여성 학자로 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향후 그룹의 ESG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김 교수가 이사회에 들어오게 된다면 유임 대상에 오른 윤재원 사외이사와 함께 2명의 사외이사가 여성으로 구성되게 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송 변호사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다면 우리금융지주 역대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로 기록되게 된다.

송 변호사는 법무법인에서 ESG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로 향후 ESG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남성 사외이사를 새 신임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각각 2명,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고 있다.

이사회가 모두 남성으로 구성돼있던 지방 금융지주 3곳(BNK·JB·DGB)은 일제히 3월 주총에서 여성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BNK금융지주는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냈던 김수희 변호사를, JB금융지주는 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을 지냈던 이성엽 회계사를, DGB금융지주는 김효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추천할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여성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양성을 논하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추천된 여성 사외이사 후보들이 모두 선임된다고 가정해도 상장 금융지주사 이사회 내 여성은 1~2명에 그친다.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총원이 6명에서 12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아직 '남초'의 벽을 허물기엔 갈 길이 멀다.

이미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국내 금융권은 법으로 강제되기 직전에야 구색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1년 12월 투자기업 가이드라인에서 미국 기업들에게 여성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는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호주의 주요 주가지수 종목에 포함된 기업들에게 2023년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이사회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