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 무산과 관련해 수소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정 사장이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통해 성과를 낸다면 석탄사업 투자 실패를 일부 회복할 뿐 아니라 한국전력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한국전력 호주에 수소단지 검토, 정승일 석탄사업 무산의 전화위복 노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1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이 인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이 최종 무산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과 관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바이롱벨리를 개발해 발전용 유연탄을 발굴·채취하는 사업이다. 한국전력의 유일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으로 약 82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호주당국으로부터 끝내 광산개발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업을 제값에 매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정 사장이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를 활용해 친환경에너지사업인 수소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사장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이롱 석탄광산사업과 관련해 “석탄사업 대신 그린수소사업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전력도 지난해 바이롱 석탄광산사업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방식,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탄소를 CCUS(포집·활용·저장) 기술로 회수하는 방식 등을 통해 수소생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는 국토가 넓고 일조량이 풍부한 데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많아 수소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탄소중립 및 수소경제와 관련된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다행히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는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규모인 만큼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설치할 공간이 충분하다.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가 그린수소 허브 육성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인허가 관련 문제도 순탄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또 수소사업이 친환경에너지사업인 만큼 기존 석탄개발사업과 달리 지역사회와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이 센 가운데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을 수소사업으로 전환하고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전력의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자와9·10 석탄발전사업과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연이어 결정했다. 한국전력은 이를 두고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고 해외 에너지시장 진출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국내외 환경단체들로부터 석탄발전사업 투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외 대규모 연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 등은 한국전력에 투자 철회를 경고했다.

실제 네덜란드 공적연금운용공사와 영국 국가퇴직연금신탁 등이 한국전력 주식을 매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규모 해상풍력과 차세대 태양광, 수소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개발도 적극 펼치기로 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사업을 그린수소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면서 “해외석탄 투자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된 한국전력은 그린수소 사업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일환으로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이 나오면서 사업이 계속 지연돼 왔다.

한국전력은 2015년 호주 당국에 개발허가를 신청했는데 2019년 호주 독립평가위원회(IPC)는 지속가능한 개발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한국전력은 독립평가위원회 평가 과정에서 일부 법령해석에 오류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최근에는 호주 연방대법원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사업 인허가 불허와 관련해 한국전력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확정됐고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