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스텔란티스에 이어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과도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세울 가능성이 나온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늘리는 등 공격적 기조로 바꾸면 삼성SDI 배터리시장 점유율 회복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삼성SDI 미국 전기차 리비안과 합작사 세우나, 전영현 점유율 공격적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분기 실적발표 뒤 크게 오른 것은 소형전지와 전자재료 부문의 견고함에 더해 중대형전지부문도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러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SDI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조 원 안팎에서 1조2천억 원으로 20%가량 높여 잡았다.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원 돌파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4분기 전기차배터리 중심의 중대형전지사업에서 3분기 말부터 생산한 배터리신제품 ‘Gen.5(젠5)’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해 연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사장은 올해 중대형전지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내는 등 수익성 확보에 성공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다소 밀리는 추세를 보이는 점이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3사 가운데 삼성SDI가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에 가장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은데 최근 시장 점유율 순위도 낮아졌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글로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누적사용량 점유율 순위에서 7월부터 SK이노베이션에 밀려 5위에서 한 단계 하락한 6위를 보이고 있다.

전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RIVIAN)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에 생산기지를 추가로 마련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삼성SDI이 스텔란티스에 이어 리비안과도 합작법인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삼성SDI는 9월 출시한 리비안의 첫 전기 픽업트럭 ‘R1T’뿐 아니라 올해 안에 나올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1S’에도 배터리를 탑재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공식화했는데 리비안도 또 다른 미국 합작법인 설립의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안은 아마존의 후원을 받는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미국에서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린다. 

최근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60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일본 혼다(520억 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

리비안은 2023년 말까지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 충전 네트워크 구축, 배터리 자체생산 등에 80억 달러(약 9조5천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에 배터리 자체생산이 포함되어 있지만 자체생산만으로는 배터리 수요를 다 채울 수 없는 점, 삼성SDI가 추가로 미국 진출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점 등이 더해져 두 회사의 합작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글로벌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통해 2025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그 뒤 생산능력을 시장상황에 따라 40GWh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협력으로 다소 미뤄졌던 미국 진출을 결정했지만 아직 경쟁사의 미국지역 예상 생산능력(2025년 LG에너지솔루션 150GWh, SK이노베이션 145GWh)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전영현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과 품질 안정성을 바탕으로 북미 전기차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국을 핵심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리비안과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과 관련해 “고객사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전 사장은 삼성SDI의 배터리 제품구성(MIX) 변화에도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방안으로 읽힌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코발트를 망간 등으로 대체하는 코발트 ‘프리’ 양극재를 개발해 가격을 낮춘 배터리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삼원계(NCA,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다른 금속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배터리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및 실리콘 음극재를 채택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고가 배터리를 함께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코발트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 등 일부 나라에서만 채굴돼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비싸다.

배터리업계의 분석과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의 KWh(킬로와트시)당 배터리 판매단가는 경쟁사보다 50달러에서 최대 100달러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SDI의 프리미엄제품 비중이 매우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중대형전지사업 연간 흑자전환 성공도 이런 고부가제품 비중이 큰 영양을 미쳤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중저가 배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기차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저가 배터리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에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배터리 탑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성장산업과 마찬가지로 전기차도 시장이 커질수록 저변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이라며 “앞으로 배터리기업들 사이에 수요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중저가 배터리 개발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