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독립적으로 론칭하고 북미에 진출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차량을 고객들에게 고급 브랜드로 확실하게 각인하려면 현대차와 판매망을 완전히 분리해야 하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차, 제네시스 판매망 정비 곧 마무리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1분기 안에 미국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취급하는 딜러를 350여 곳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판매망 정비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미국 안착 위해 판매망 분리 시급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90'.


현대차 전시장 안에 제네시스만을 위한 별도의 전시관(쇼룸)을 만든 딜러들만 현대차와 제네시스 차량 판매 관련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400곳가량의 딜러들이 별도 공간을 만드는 것에 찬성한 만큼 계획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이러한 제네시스 판매망 정비작업은 기존 계획이 소폭 수정된 것이다.

현대차는 애초 2018년 초에 제네시스 판매망을 현대차와 완전히 분리하려고 했다.

제네시스 차량은 기존에 현대차 전시장 안에서 액센트 등과 함께 전시돼 팔렸다. 현대차 판매망에 속한 탓에 제네시스가 현대차와 차별화한 별도의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힘들어지자 판매망을 따로 구축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차량을 함께 팔아야만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딜러들이 거세게 반발한 탓에 차량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결국 ‘별도 공간’을 만드는 딜러들에 한정해 판매 권리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네시스 판매 허가 라이선스를 미국 50개 주에서 획득한 만큼 이를 희망하는 딜러들을 추리며 판매망을 정비하고 있다”며 “1분기 안에 300~350곳 정도의 제네시스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망 정비가 제네시스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모두 1만312대 팔았다. 2017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딜러와 갈등을 겪으면서 판로를 찾지 못했던 점이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는데 딜러 문제를 일단락한 만큼 앞으로 판매량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고급 브랜드 각인 위해 ‘판매망 분리’ 절실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로 시장에 확실하게 안착하기 위해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미국 자동차판매 조사기관 카세일즈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제네시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0.06%다. 차 1만 대가 팔릴 때 제네시스는 고작 6대 팔렸다는 것이다.

다임러(2.04%)와 BMW(1.79%), 아우디(1.29%), 렉서스(1.72%), 인피니티(0.86%), 어큐라(0.92%)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고급 브랜드들과 점유율을 비교할 때 제네시스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판매망을 정비해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2017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시장 점유율은 0.12%에 머문다.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시장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서둘러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칫 미국 고급차시장에서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판매 네트워크를 달리 하는 것이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첫 단추로 여겨진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렉서스와 인피니티, 어큐라 등에서 그동안 관찰됐듯 럭셔리 브랜드의 구축은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며 “특히 혼다의 어큐라는 렉서스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현재 사실상 독일 메이커들과 직접 경쟁하는 브랜드는 렉서스가 유일하다”고 바라봤다.

처음부터 판매망을 분리해 고급차시장에 뛰어들었던 일본 기업들조차 시장에 안착하는 데 고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판매망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파악된다.

현대차도 이를 고려해 제네시스 판매망 분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하반기에 미국에 제네시스 판매법인 제네시스모터아메리카(GMA)를 별도로 세웠는데 추후 판매망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읽힌다.

제네시스 미국사업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는 어윈 라파엘 전무는 지난해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네시스의 판매망을 현대차와 분리하겠다는 방침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제네시스 전용상점이 2년 내에 등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