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의 침체 가능성을 놓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TV와 스마트폰을 포함한 완제품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고 출하량을 늘려 부품사업의 실적 감소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침체 대비해 스마트폰과 TV 강화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의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마감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며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30%를 넘는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3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반도체 가격과 함께 떨어지고 있다"며 "내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황에 다시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완제품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불황기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능과 사양을 이전보다 크게 강화해 내놓는 한편 내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도 5G 모델과 접는 스마트폰 등으로 확장해 내놓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생활가전 라인업이 다양화됐고 프리미엄 TV인 QLEDTV도 기존 4K급 제품에 더해 8K급 고화질 제품이 추가로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졌다.

8KTV는 최대 85인치에 이르는 크기로 출시됐고 평균 가격대도 기존 4KTV보다 높은 만큼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폭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QLEDTV 판매량이 개선되는 한편 갤럭시S10 등 내년 출시되는 스마트폰도 좋은 판매량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부문 영업이익이 모두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특성상 업황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부품사업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 TV와 가전, 스마트폰을 포함한 완제품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을 써 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상반기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고전했다.

2016년 상반기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가까이 줄었다. 중국 전자업체들의 부품 수요가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한 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의 합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조5700억 원에서 9조7500억 원으로 급증하며 부품사업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갤럭시S7' 등 스마트폰의 출시를 앞당기고 가전 라인업을 확대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 판매전략을 쓴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우려대로 부품 사업이 침체기를 예고하는 징후는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침체 대비해 스마트폰과 TV 강화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스마트폰과 PC 등 IT시장의 위축과 반도체기업들 사이 치열해지고 있는 물량 경쟁이 업황 악화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반영되는 삼성전자 디스플레이부문 실적도 반도체와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실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격적 증설로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실적을 반등하기 어려워진 데다 스마트폰의 수요 침체로 중소형 올레드사업마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올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 영업이익 비중은 8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예상대로 최소한 내년, 혹은 그 이후까지 부품업황의 침체가 계속되면 삼성전자가 실적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