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스캇' 올해도 손실 줄여가나, 성래은 전략 놓고 의구심 여전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사진)이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부 스캇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이 공들여온 프리미엄 자전거 자회사 스캇이 재고 감축을 통해 적자폭을 줄였지만 시장의 평가는 비우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스캇의 실적 개선과 관련해 성 부회장의 장기 투자 성과라기보다 대규모 할인 판매를 통한 재고 정리와 비용 효율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다. 단순 비용 절감에 따른 일시적 개선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실적의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영원무역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스캇 사업부의 지난해 순손실은 1297억 원으로 2024년보다 800억 원가량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익 구조 개선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순손실 축소의 배경으로는 재고 감축이 꼽힌다. 

스캇의 재고자산은 2023년 약 7900억 원에서 2024년 5700억 원대로 줄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5020억 원을 기록해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약 20% 감소했다. 재고 부담을 줄이며 비용 효율화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재고 감축이 단순한 판매 활성화가 아닌 할인 판매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런 전략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현재 스캇 공식 홈페이지와 주요 매장에서는 대규모 할인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 현금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스캇의 정가 할인 빈도가 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가 구매 매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온다.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브랜드 충성도는 가격 방어와 희소성에서 형성되는데 스캇은 이 두 요소가 모두 약해졌다는 것이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스캇과 경쟁사의 격차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과 캐논데일 등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는 기술력과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캇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신체 데이터를 활용한 ‘바디 지오메트리’ 연구와 자체 공기역학 실험 시설 ‘윈 터널’을 기반으로 피팅과 공기역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 로드바이크 ‘타막 SL8’은 공기역학 설계와 경량화를 강화해 레이싱 성능을 높인 최신 모델로 평가된다. 

트렉은 주력 레이싱 모델인 ‘마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라이더의 안장 밑부분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상쇄시키는 ‘아이소플로우’ 기술을 적용해 경량화와 승차감을 동시에 노린 설계가 특징이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신제품과 기술 혁신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내는 사이 스캇은 재고 정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스캇의 존재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자전거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영원무역 '스캇' 올해도 손실 줄여가나, 성래은 전략 놓고 의구심 여전

▲ 스캇이 지난해 순손실을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스캇>


스캇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영원무역의 실적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업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이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는 영향이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은 4조636억 원, 영업이익은 5144억 원으로 2024년보다 각각 15.5%, 63.0% 증가했다. 순이익도 4280억 원으로 45.3% 늘었다.

특히 OEM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내부거래 조정 전 기준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8587억 원, 영업이익은 467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0%, 영업이익은 11.5% 증가한 수치다.

이 과정에서 성래은 부회장의 투자 전략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성 부회장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처음 취득한 뒤 2015년 경영권을 확보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2대 주주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을 97%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자금 지원 규모다. 

스캇은 2024년 HSBC은행에서 약 1709억 원을 차입했고 같은 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약 1768억 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영원무역이 채무 보증을 제공했다. 영원무역은 같은 해 12월 약 901억 원의 대출에 대해 다시 보증을 섰고 스캇에 약 2419억 원을 직접 대여하기도 했다.

2025년에도 지원은 이어졌다. 영원무역은 스캇에 약 3143억 원을 추가로 빌려주고 기존 은행 차입금에 대한 채무 보증도 연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캇에 대한 자금 투입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의 상당 부분이 스캇의 운영 자금과 이자 비용을 메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자금이 OEM 설비 자동화나 기능성 소재 개발 등에 투자됐다면 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지난해 자전거 시장 전반에서 과잉 재고와 할인 판매가 이어졌고 스캇 역시 일부 재고에 대해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모델 출시 등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과 품목 효율화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