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외국인 CEO 호세 무뇨스, 트럼프 2기·글로벌 협업 적임자

▲ 호세 무뇨스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 사장. <현대자동차>

[비즈니스포스트] 1967년 현대자동차 창립 57년 만에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최근까지 현대차의 북미 권역을 맡아 최대실적 이끌어 온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앞서 닛산 북미 법인을 총괄하면서도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최다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도요타와 닛산 글로벌 법인장을 역임하고 최근 현대차 미국 법인을 책임졌던 무뇨스 사장은 트럼프 집권 2기, 미래차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현대차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5일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호세 무뇨스 사장을 내년 1월1일부로 현대차 신임 대표이사에 보임한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2019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현대차에 합류한 뒤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펼치며 북미지역 최대 실적을 잇달아 새로 썼다.

2022년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고, 현대차 사내이사에도 진입했다. 

무뇨스 사장이 북미 시장을 책임졌던 5년여 동안 2018년 66만7633대였던 현지 판매량은 지난해 87만370대로 30% 넘게 증가하며 역대 연간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합산 165만여 대를 미국에서 팔아 미국 '빅3'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사상 첫 현지 판매 4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무뇨스 사장은 하이브리드차·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등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와 인센티브(판매장려금) 지출 축소 전략을 펼쳐 2018년 기록한 현대차 미국 법인(HMA)의 순손실 3301억 원을 지난해 순이익 2조7782억 원으로 돌려세웠다. 

업계에선 미국 친환경차·전기차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현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그룹 측이 '트럼프 2기' 대응에 최적화한 인사로 무뇨스 사장을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약 1천50만 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2022년 8월 시행된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대부분 전기차를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해 온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해 그해 10월 말 76억 달러(약 10조6천억 원)를 들여 연간 생산량 30만 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착공했다.

IRA가 폐지되면 현지 전기차시장의 수요 정체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내년 초 전면 가동에 들어가는 HMGMA 건설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셈이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유연한 생산체제를 경쟁사와 차별화 장점으로 꼽아왔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해 당초 계획과 달리 HMGMA에서 현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8월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당초 계획과 달리)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며 "생산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작은 투자로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게 현대차의 가장 큰 경쟁력"이고 밝혔다. 

그는 HMGMA 건설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자 IRA 보조금을 못받는 상황에서도 테슬라에 이은 미국 전기차 판매 2위 등극을 이끈 장본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북중미 지역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35만6천 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34만 대, 기아 멕시코 공장 40만 대 등 약 11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IRA 폐지, 관세 인상 움직임에 30만 대 규모의 HMGMA 현지생산 능력 활용 전략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무뇨스 사장에게 거는 그룹 측의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첫 외국인 CEO 호세 무뇨스, 트럼프 2기·글로벌 협업 적임자

▲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이 지난 8월 공개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전경. <현대차 미국 법인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무뇨스 사장은 1989년 푸조시트로엥의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업계에 발을 들인 뒤 대우자동차의 이베리아법인 딜러 네트워크 팀장, 토요타 유럽법인의 판매·마케팅 담당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닛산에 합류해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 멕시코법인장, 북미법인장, 중국법인장, 전사성과총괄 등의 직위를 두루 거쳤다.

그가 북미 법인을 책임지고 있던 2017년 닛산은 미국에서 159만 대를 팔아 지금껏 깨지지 않은 역대 현지 최다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래차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합종연횡'을 주도하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 등 경쟁업체의 여러 글로벌 사업장을 지휘한 무뇨스 사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협업에 있어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차량,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등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일본 도요타와 수소부문 협력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하에 현대차 창사 이래 (무뇨스 사장을)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