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3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 통화녹음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한국관광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이미 사장 공백을 겪고 있는 공기업들은 현재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내놓은 윤석영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보면 긍정평가는 22.4%로 집권 뒤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0월28일부터 11월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해당 여론조사의 실시 시기를 고려하면 이번 주중에 발표될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 통화녹음이 10월31일 국회에서 공개되면서 정국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통화녹음에는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겨있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14일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비롯해 이후 개헌을 추진하는 등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가 국정 동력을 사실상 상실하는 수준의 위기에 빠지면서 국정 전반에 걸친 모든 인사 업무 역시 진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11월10일 임기 반환점을 전후해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개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기관장 인사는 더더욱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기업의 사장 등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는 공모 형태이나 최종적으로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 현안을 보면 11월에는 2025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처리 등이 추진되는 만큼 최소 수개월은 정부에서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랜드, 관광공사, 공항공사 등은 사실상 기관장 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이삼걸 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난 뒤 최철규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직 사장 공모를 위한 공고도 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다음 사장이 임명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관광공사도 올해 1월 김장실 전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공항공사 사장 자리는 올해 4월에 윤형중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관광공사와 공항공사는 사장 인선 작업이 정치권 사정에 얽혀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관광공사 사장에는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 공항공사는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 전 비서관이나 김 전 비서관은 모두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로 올해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여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마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강 전 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장 인선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두 전 비서관의 공기업 사장 인사를 놓고 인사권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강 전 비서관을 놓고는 이미 관광공사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후보자 가운데 1명으로 추천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문체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만 마치면 인선 작업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차 진행이 미뤄지는 것은 현재 정국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현재 정국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공기업 사장 인선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치적 중대성과 야권의 예상 대응 등을 고려하면 공기업 사장 인선에 윤 대통령이 신속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윤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독단적 국정운영에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