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샘이 분기배당을 재개한 것을 놓고 투자자 사이의 의견이 분분하다.

뜻하지 않았던 현금을 쥐게 됐다는 점에서 우선은 한샘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많다.
 
'황제 배당주'된 한샘, 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린 '무리한 배당' 시선도

▲ 한샘의 2분기 분기배당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 매우 공격적인 배당으로 여겨진다. 한샘 주인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여겨지는데 자칫 회사의 기초체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샘이 배당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배당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11일 한샘이 여태껏 실시한 현금배당을 종합해봤을 때 한샘이 결정한 2분기 분기배당은 과거와 비교해 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한샘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2분기 현금배당으로 1주당 15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가장 최근 한샘이 분기배당을 실시했던 2022년 1, 2분기와 비교할 때 공격적 배당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당시 한샘은 분기배당으로 1주당 각각 400원씩을 지급했었는데 이보다 약 4배나 많은 수준을 단번에 분기배당으로 쓰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샘의 이번 분기배당 규모는 과거 연간 결산배당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샘은 2021년 결산배당으로 1주당 1550원을 줬다. 앞서 2020년에는 1주당 1300원을 지급했으며 2017~2019년 결산배당은 모두 1주당 1200원으로 동일했다.

배당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시가배당률을 봐도 한샘의 2분기 분기배당 규모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한샘은 2분기 분기배당을 공시하며 시가배당률이 3.6%라고 밝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4.4%가 되는 셈인데 이는 황제배당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연간 7~10%의 배당률을 보인다는 점과 비교해도 매우 많은 수준이다.

한샘은 이번 결정을 놓고 2022년 2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에 분기배당을 재개한다며 적극적 주주환원정책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한샘의 분기배당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주주들이 많다. 이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한샘이 명실상부 황제배당주가 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한샘의 현재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분기배당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주들도 존재한다.

한샘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이 시기에 본 적자만 모두 500억 원에 이른다.

2분기에 영업이익 12억 원을 내며 적자 흐름을 끊어내긴 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상반기 기준으로 손익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태인데다 순손실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이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 분기배당을 실시한다면 회사의 기초체력이 흔들리지 않겠냐는 것이 한샘의 2분기 배당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샘이 이번에 지급하기로 한 배당금 총액은 모두 249억 원인데 이는 한샘이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878억 원의 28.4%에 해당한다.

회사의 곳간이 대폭 채워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한샘이 무리하게 배당을 결정했다고 바라볼 수 있는 근거다.

한샘의 분기배당 재개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가 투자금을 서둘러 회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IMMPE는 2021년 말 롯데쇼핑과 손잡고 한샘을 인수했다. 현재 IMMPE는 하임유한회사, 하임1호유한회사, 하임2호유한회사 등을 통해 한샘의 지분 35.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MMPE은 한샘 인수에 1조4500억 원을 투자한 뒤에도 지분 공개매수 등으로 1천억 원을 더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해 한샘이 200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내는 등 매우 부진한 탓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작업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IMMPE는 결국 한샘의 경영을 맡겼던 외부 전문경영인을 최근 경질하고 그 자리에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유진 대표를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하는 등 한샘에 대한 직할경영체제를 갖췄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