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언제쯤 퀄컴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애플은 퀄컴과 모뎀 사용료를 놓고 갈등한 뒤 1조 원가량을 투입해 인텔 모뎀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좀처럼 자체 모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 인텔 모뎀사업부 인수했지만 퀄컴에서 독립하기 쉽지 않아

▲ 팀 쿡 애플 CEO(왼쪽)와 스티븐 몰렌코프 퀄컴 CEO.


최근 5G통신이 확산하며 퀄컴 모뎀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만큼 애플의 ‘탈퀄컴’은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외국 시장 조사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애플이 자체적으로 모뎀을 개발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탑재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애플은 2019년 말 인텔 모뎀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며 모뎀 공급업체에 합류했다”며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에 자체 5G모뎀을 배치하려면 3~4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포브스는 “애플은 모든 초기 5G 기기에 퀄컴의 모뎀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애플 자체 모뎀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고 2년 이상의 설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만들 때 전자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을 외부에서 확보해 왔다. 무선통신에 필요한 모뎀은 주로 퀄컴과 인텔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애플이 2019년 7월 10억 달러를 투입해 인텔 모뎀사업부 인수를 결정하면서 외부로부터 모뎀을 확보하는 길은 사실상 퀄컴으로 일원화됐다.

이는 애플이 자체 모뎀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퀄컴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첫 5G 아이폰 ‘아이폰12’ 시리즈 등에는 퀄컴의 5G모뎀에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12 이후에도 애플은 퀄컴에서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독일 윈퓨처에 따르면 애플은 퀄컴과 계약해 2024년까지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에 퀄컴의 모뎀을 사용하기로 했다.

애플이 퀄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개발 대신 다른 공급처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다. 현재 5G모뎀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퀄컴 이외에 삼성전자, 화웨이, 미디어텍 정도인데 모두 애플에 모뎀을 공급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IT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자체 스마트폰용 물량을 생산하기 바쁘고 화웨이는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어 적합하지 않으며 미디어텍은 당초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지 못한다고 봤다.

애플의 야심찬 ‘모뎀 독립’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애플이 인텔 모뎀사업부를 인수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은 모뎀 비용을 두고 퀄컴과 갈등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부당하게 지급된 모뎀 비용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애플에 따르면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모뎀을 공급하면서 모뎀값뿐 아니라 스마트폰 도매 공급가격 5%에 이르는 특허 사용료까지 이중으로 청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독일 등 다른 국가에서도 애플과 퀄컴 사이 소송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중국과 독일 법원에서는 퀄컴의 손을 들어줘 일부 아이폰 모델에 관한 판매 중단조치를 내렸다. 퀄컴 모뎀 대신 인텔 모뎀을 탑재한 제품들이 퀄컴 특허를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애플의 5G스마트폰 출시는 차일피일 지연됐다. 퀄컴이 2019년 초 일찌감치 5G모뎀을 상용화한 것과 대조적으로 인텔은 이렇다 할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결국 애플은 2019년 4월 퀄컴과 모든 법적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미국 CNBC는 애플이 60억 달러에 이르는 합의금을 퀄컴에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