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김우중 설득한 협상력 보여주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근로시간을 정상화한 역사적 날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이끌던 2월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월26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6번의 정회를 거듭한 마라톤 회의였다.

회의 중간 법안 처리가 무산될 상황도 여러 번 있었지만 홍 원내대표는 끈질기게 이견을 조율했고 결국 12시간 넘는 논의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지내던 2013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뤘다.

당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5년이 지난 2018년 환경노동위원회를 이끌며 결실을 맺었다.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공기업도 경영을 잘못하면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2017년 12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광물자원공사의 법정자본금을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한국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을 놓고 홀로 반대토론을 진행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은 같은 당인 송기헌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순조로운 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반대토론으로 44명 찬성, 102명 반대, 51명 기권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온 법안이 반대토론을 통해 부결된 사례는 매우 드문 일로 홍 원내대표조차 부결을 예상하지 못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3월 통폐합이 결정됐고 당시 홍 원내대표의 말처럼 현재 설립 50년 만에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하며 터득한 협상력에 더해 집념과 소신을 지닌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1985년 대우자동차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으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나흘 정도 숙식을 함께 하며 협상을 진행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낸 일화는 유명하다.

홍 원내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드루킹 특검으로 꽉 막힌 정국을 풀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고 그다음 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국회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무엇이 됐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협력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각각 야당과 여당 간사를 맡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지낸 김 원내대표와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11일 20대 국회 제3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곧바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홍 원내대표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단식을 풀고 이야기를 해 나가자”며 대화를 강조했고, 김 원내대표도 “같이 노동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서로 진정성있게 대화와 타협을 한다면 못 풀 문제가 없다”며 화답했다.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김 원내대표의 투쟁 노선을 만나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