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이 동양과 레미콘사업에서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레미콘사업 시너지보다 동양의 현금성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의구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진기업, 동양 레미콘사업보다 현금 탐낸다는 의구심 씻을 수 있나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3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이 올해를 동양과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위해 사업환경을 정비하고 있다.

동양은 1일자로 섬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한일합섬이라는 새 회사를 만들었다.

섬유사업부문은 동양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주력사업인 레미콘사업과 사업 연관성이 떨어져 물적분할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사업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독립적 경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도 새로 뽑았다. 동양 새 대표이사에는 정진학 유진기업 사업총괄 사장이 임명됐다.

유진그룹이 동양의 사업구조를 바꾸고 새 대표이사를 뽑는 작업을 주도했다.

유진그룹은 유진기업을 통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동양 지분을 22.81%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과 현대개발, 현대산업을 포함하면 지분이 30.03%까지 늘어난다.

유진그룹은 2015년 말부터 동양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2015년 말부터 유진기업을 통해 동양 지분을 조금씩 매입하기 시작했고 2016년 초 동양이 법정관리를 막 졸업하자 지분 매입에 속도를 내 인수에 성공했다.

2016년 말 유진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동양 이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이 동양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앞으로 유진기업과 동양의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기업은 공장 대부분을 수도권에 두고 있어 수도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레미콘산업의 특성상 건설현장에서 90분 이내에 위치한 기업들에만 건설사들이 물량공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국구 레미콘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동양은 안양시와 인천광역시뿐 아니라 강릉시와 전주시, 군산시, 부산광역시, 김해시, 대구광역시 등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해놓고 있다. 동양이 다져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유진기업이 레미콘업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진기업이 동양과 시너지를 내기보다 다른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동양은 지난해 12월2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금융투자업(보유자금의 금융상품 투자, 펀드 출자)과 여신 금융업(대부업), 금융지원 서비스업(대부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했다.

동양이 금융업에 진출한다는 것인데 레미콘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섬유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것과 비교해 일관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유진기업이 동양의 현금성 자산을 탐내 동양을 인수한 것이고 이를 유진그룹으로 유출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동양은 과거 계열사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를 매각해 현재 현금과 현금성자산으로만 7천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기업이 동양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끌어다 쓸 가능성이 크다고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바라본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동양 인수를 확정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동양주식 940억 원어치를 담보로 잡아 3개 증권사와 주식담보대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 이를 놓고 동양의 자산을 다른 계열사의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진기업은 “동양이 현금과 현금성자산 대부분을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금융업을 사업목적에 넣은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