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한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비견될 정도로 재계를 대표하는 오너경영인이었다.

그가 펴낸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의 ‘세계 경영’에 공감한 수많은 독자들이 탐독한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

  대우 50주년, 김우중 회고록 “옛 시절 생각하니 가슴 아려온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남긴 경영철학과 발자취를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도 적지 않다.

3월22일은 김 전 회장이 불과 31살의 나이에 대우그룹을 창업한 날인데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회고록 ‘김우중 어록 : 나의 시대, 나의 삶, 나의 생각’을 펴냈다.

이 책은 김 전 회장이 그동안 해온 말과 쓴 글을 엮었는데 김 전 회장은 1967년 대우실업에서 출발해 재계 2위의 대우그룹으로 일궈내기까지 과정을 술회한다.

대우그룹은 설립 32년 만인 1999년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린 자산총액 76조7천억 원 규모의 ‘거대기업’이 됐지만 과도한 부채경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뒤 1999년 8월 채권단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해체됐다.

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동부대우전자 등에 옛 ‘대우맨’들의 흔적은 남아 있다.

창립 50주년을 초라하게 맞는 김 전 회장의 소회는 서문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흔적을 남기는 부담’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영화로웠던 과거는 현재의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대우 창업 50주년을 맞아 옛 시절을 회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고 썼다.

그는 “늘그막에 과거의 속내를 들춰내는 부담과 부끄러움이 적지 않다”면서도 “한평생 가식없이 살았다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내가 한 말들을 그렇게 이해해 준다면 얼룩진 과거사로 인한 마음 속 부담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생존해 있는 마지막 창업 1세대가 들려주는 경제개발시대에 대한 증언이라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장면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은 22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5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는 김 전 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기념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