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글라스' 하반기 출격, 노태문 'AR' 대신 '갤럭시 AI' 대중화 노린다

▲ 삼성전자가 2026년 하반기 디스플레이가 없는, 가벼운 형태의 스마트 안경 '갤럭시 글라스' 보급형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갤럭시 글라스'를 출시해, 메타가 독식하고 있는 스마트 안경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1세대 '갤럭시 글라스'에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탑재를 포기하는 대신, 비교적 저렴하고 가벼운 AI 안경 형태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글라스를 자사 스마트폰과 연결해 '갤럭시 인공지능(AI)'을 더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화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노 사장은 음성 안내 중심의 스마트 안경으로 우선 낮은 가격과 휴대성을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2027년 2세대 모델부터 AR을 구현한 제품을 출시하는 다변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가벼운 안경 형태의 '갤럭시 글라스'를 출시하기 위해 시각적 기능보다는 AI 기능과 스마트폰 연동성에 집중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갤럭시 글라스'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느냐는 질문에 "이미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위해 다른 기기(갤럭시 XR 헤드셋)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은 1세대 갤럭시 글라스를 출시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1세대 갤럭시 글라스는 내장 마이크와 스피커, 카메라 등을 통해 사용자가 영상을 촬영하고, 실제 사물을 식별하고, 상황에 맞는 질문을 답을 해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안경과 같이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AR 기기를 괴롭혀왔던 부피 문제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전략은 현재 스마트 안경 1위인 메타가 시장에 진입한 방식과 같다.

메타가 2021년 처음 내놓은 스마트 안경 '레이밴 스토리즈'와 2023년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협력해 출시한 '레이밴 메타'는 모두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은 가벼운 형태의 안경이었다.

레이밴 메타는 눈앞에 화면을 띄우는 대신, 카메라가 내가 보는 것을 인식하고 AI가 귀로 설명해 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무게를 50g까지 낮추고, 가격도 299달러(약 44만 원)로 출시할 수 있었다. 레이밴 메타는 미국 내에서 2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025년 9월에는 일반 안경 형태를 유지하되, 오른쪽 렌즈에만 600x600dpi 해상도의 작은 디스플레이를 넣은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출시하며 '투트랙' 제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메라 레이밴 디스플레이의 무게는 70g, 가격은 799달러(약 117만 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메타의 세계 스마트 안경 시장점유율은 73%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글라스' 하반기 출격, 노태문 'AR' 대신 '갤럭시 AI' 대중화 노린다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9월17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스마트 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쓰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사장은 '갤럭시 글라스'를 통해 기존 삼성의 AI 생태계를 확장하며 메타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 AI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 데이터와 제한된 웹 검색에 의존하는 반면, 갤럭시 글라스는 구글 지도, 구글 캘린더 일정 관리 등 소비자가 매일 쓰는 생산성 도구와 완벽하게 연동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은 갤럭시 글라스를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메타는 스마트 안경 단독 제품에 가깝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 안경을 갤럭시 생태계의 확장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는 조작을 위해 전용 '뉴럴 밴드'를 따로 사야 하지만, 삼성은 갤럭시 워치의 제스처 인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는 안경 자체의 발열을 줄이면서 복잡한 연산은 스마트폰에서 빠르게 처리하는 '테더링'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차별화 요인이다.

노 사장은 우선 디스플레이가 없는 보급형 모델로 시장 수요를 파악한 뒤 2027년에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고가 모델 등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안경 시장은 올해 삼성전자,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의 진입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잔조사업체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안경 시장은 2026년 123억 달러(약 18조1천억 원)에서 2031년 199억8천만 달러(약 29조4천억 원)로 연평균 10.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김남덕 연구원은 "스마트 안경 산업은 기술 진화의 전환점에 도달했으며, 이전의 디스플레이 요소 중심과 최고의 AR 구현보다는 달성 가능한 기술적 단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 중심을 반영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메타가 주도하는 글로벌 스마트 안경 시장 구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더 많은 빅테크 기업들의 참여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