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의 공공부지를 중심으로 한 '1·29 주택 공급 추가대책'이 서울과 과천 등의 지역 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공공 위주의 하향식 의사결정이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강한 공공주택 공급 의지는 확인됐지만 지역사회 설득과 민간 부문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라는 과제가 남겨졌다.
 
1·29 대책에 서울·과천 반발, 공공공급 '톱다운' 구조적 한계 험로 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2일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에 따르면 오는 15일까지 전국 경마공원에서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서명운동을 펼친다. 아울러 오는 7일 과천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과천시민 반대집회에도 참석한다.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 이전을 전제로 한 주택 공급이 담긴 1·29대책이 사전협의 없이 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대책 발표 직후 ‘행정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같이 반발하는 과천시와 연대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한국마사회가 거론됐던 적은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과천 경마공원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과천시에서도 반발이 심해 상호 회의를 거쳤고 앞으로도 연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착공기준으로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9.7대책 이후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공급 방안인 1·29대책이 실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역사회 반발을 맞닥뜨린 셈이다. 

특히 과천 경마공원 부지가 1·29대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높다.

1·29대책은 수도권 도심 유휴 공공부지를 중심으로 6만 호 가량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가운데 과천 경마장 일대에 계획된 9800호는 사업지들 가운데서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1만 호) 다음으로 크다.

서울시도 1·29대책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서울시 의견을 배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최대 8천 호가 적정하고 태릉 CC부지(6800호)는 개발제한구역 면적 대비 공급 효과가 미비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지자체 사전협의나 실행 가능성 등 면밀한 관련 협의 없는 발표는 실패한 (문재인정부) 8·4대책의 데자뷔”라며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공급 확대와 당장의 발표에 집착한 물량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주요 당국자의 발언 행간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와 극심한 온도차도 나타난다. 그만큼 이번 1·29대책은 ‘하향식’으로 결정된 것으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월3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29대책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부지들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라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관계기관 및 지방정부와도 협의가 잘 되면 추가 부지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1·29 대책에 서울·과천 반발, 공공공급 '톱다운' 구조적 한계 험로 예고

▲ 정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확대 추진방향. <국토교통부>

이재명정부는 결국 지역사회 설득을 통해 ‘탑다운’ 방식 공공주택 공급정책의 한계를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같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및 지역사회 사이 갈등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가능성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윤덕 국토부 장관 모두 1·29대책 이후 추가 공급대책을 시사했다.
 
정부가 특히 1·29대책으로 시장 안정을 겨냥해 이번 정책 신뢰도는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는 1·29대책를 발표하며 이 가운데 서울 물량 3만2천 가구는 ‘과거 보금자리주택 서울 공급물량(3만8천 호)의 84% 수준’이란 점을 내세웠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정부 부동산 정책 공약 ‘반값 아파트’의 핵심으로 공공주택 공급을 뼈대로 한다.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정부 부동산대책 가운데 극히 드물게 공급으로 집값을 잡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을 두고 정부의 강한 의지 재확인을 들어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긍정적”이라며 “다만 개발·정비사업에는 본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속도를 다그치는 것은 부적절하며 사업추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 진행이 적절하다”고 바라봤다. 

일각에서는 민간 공급 관련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공급의 주축이 민간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공공 중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공공 중심 공급에 무게를 둔 만큼 1·29대책의 실효성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 평균 서울 주택 착공 물량에서 공공 비중은 9.3%에 불과했다”며 “‘영끌 공급’이란 평가가 나올 만큼 공공 유휴부지와 도심 핵심 입지를 총동원했지만 3만2천 호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 주도 방식의 주택공급이 구조적 한계에 이르렀음을 방증한다”고 바라봤다.

시장의 시선은 향후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후속대책에 쏠리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착공 가능 물량 기준 2027년이란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점은 정책 신뢰도를 높여 긍정적”이라며 “도심 핵심지에 대규모 물량이 집중되는 만큼 지자체와 협의, 민간 참여 유도 뿐 아니라 도로 등 인프라 증설과 같이 도시기반수용능력을 충분히 고려한 현실적이고 신속한 개발 계획이 동반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