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유상증자 번복에 주주는 불만, 서범석 흑자전환 계획 '양치기 소년'될 판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사진)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루닛 본사에서 2일 열린 유상증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각전이익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가 성장 중심의 경영 전략에서 벗어나 비용 통제를 통한 내실 다지기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흑자 가능성을 높여 반복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희석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서 대표가 여러 차례 흑자 전환 청사진을 내세웠지만 이 시기가 계속 미뤄지기만 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서 대표는 2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열린 루닛 유상증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용 구조를 전면적으로 점검했고 올해는 비용을 약 20% 절감한 상태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면 올해 EBITDA 기준으로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루닛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줄였고 글로벌 파트너에 의존하던 기존 영업 방식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노르웨이 의료영상 기업 볼파라(현 루닛인터내셔널) 인수를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직접판매 체제를 강화해 매출 가시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 통제를 병행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서 대표는 “과거에는 성장 속도를 우선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버는 현금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익성 개선 시점이 기존 계획보다 지연돼 왔다는 점에서 올해 이런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루닛은 2022년 코스닥 상장 당시 영업이익 달성 시점을 2024년으로 제시했으나 이후 2025년으로 한 차례 미뤘고 다시 2027년으로 정정한 바 있다. 실적 개선 시점이 반복적으로 늦춰져 온 만큼 시장이 이를 얼마나 신뢰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 대표는 “회사가 목표한 비용 감소와 매출 증가 계획을 반드시 지켜 연말 무렵에는 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겠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루닛의 마지막 자본 조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2500억 원 규모로 추진하는 유상증자를 성장 자금이 아닌 재무적 위험 해소 차원으로 규정하며 기업가치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이번 증자는 풋옵션 리스크라는 그늘을 완전히 걷어내고 회사를 지속가능한 성장 궤도에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유증 자금이 자본으로 인식됨에 따라 루닛을 따라다녔던 법차손(법인세차감전손실) 리스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풋옵션 등 재무적 위험성을 해소하게 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약 30%가량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솥뚜껑으로 여겨지던 풋옵션 리스크를 제거함으로써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상승 폭이 30%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닛 유상증자 번복에 주주는 불만, 서범석 흑자전환 계획 '양치기 소년'될 판

▲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사진)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냉랭해 보인다.

루닛은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최근 3년 사이 유상증자로만 약 45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성장 자금 확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반복된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희석 부담을 키웠고 회사의 재무 전략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대표가 과거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더욱 논란거리다.

서 대표는 2025년 3월 열린 루닛 정기 주주총회에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당시 발언을 번복하고 오히려 기존에 진행했던 유상증자보다 더 큰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한 셈이다. 

루닛은 주주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유상증자 이후 1대1 무상증자를 함께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는 루닛이 2024년 5월 볼파라를 인수하며 발행한 171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상환하기 위해 진행됐다. 

루닛은 1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25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790만6816주를 주당 3만1650원에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에게 주당 0.27주를 배정한다.

루닛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56억 원에 불과해 CB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자체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크지 않다. 1차 CB 풋옵션 행사 기간은 3월4일부터, 2차 풋옵션 행사 기간은 4월1일부터 시작된다. 

루닛은 이번 유상 증자를 통해 사채권자와 협의해 일부 풋옵션 행사를 유도하고 전체 물량의 50% 수준을 상환하거나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루닛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850원(2.11%) 하락한 3만9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1회차 CB 행사가격 5만2846원과 2회차 행사가격 4만7819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보다 현저히 낮은 데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쉽지 않은 만큼 사채권자들이 주식 전환보다는 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서 대표를 포함한 대주주들의 참여율이 낮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루닛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과 서 대표 등 특수관계인은 배정 물량의 약 15%만 청약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가 보유한 우선청약권의 85%를 포기하는 것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CFO는 “2023년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100% 참여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일으켰다”며 “아직 상환되지 않은 차입금이 남아 있어 이번에는 15% 수준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