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뉴욕시 유엔본부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한 조세 회피를 차단하고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세 부과 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유엔조세협력기본협약(UNFCTC)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일정을 알리는 유엔 안내 페이지. <유엔>
기존에는 이런 기류에 부유한 선진국들이 반대했었는데 최근 들어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일(현지시각) 유엔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오는 13일까지 유엔조세협력기본협약(UNFCTC) 설립에 관한 협상에 들어간다.
UNFCTC는 2023년도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해 설립 추진이 시작된 국제기구로 조세 회피를 광범위하게 자행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을 상대로 공정하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이에 더해 기후피해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화석연료 기업들에도 추가세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정부간 협상위원회에서 유로다드, 세계조세정의연합(GATJ) 등 국제 비영리기구들과 함께 화석연료 기업들이 낸 수익에 20%의 추가세를 부과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전 세계 100대 화석연료 기업들에 적용된다면 주요 국가에서 연간 약 1조 달러(약 1460조 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도국들의 기후적응과 에너지 전환을 모두 완수하기에 충분한 자금이다.
말린 넴하드 파커 UNFCTC 협상 자메이카 대표는 가디언을 통해 "탄소세와 기후변화 간의 연관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UNFCTC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한 추가세가 합의된다면 보편적 국제 탄소세가 도입되는 첫 사례가 된다.
▲ 미국 텍사스주 페르미안 분지 일대 미드랜드 카운티에 위치한 석유 시추기 모습. <연합뉴스>
국제 비영리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TJN)에 따르면 부유층과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세수손실은 연간 약 4920억 달러(약 718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만 정상적으로 징수된다 쳐도 글로벌 기후대응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유층을 상대로 조세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화석연료 기업들에 세금을 거두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부유층이 화석연료 기업들을 포함한 주요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의 핵심 자금원이기 때문이다.
국제 비영리단체 옥스팜이 지난달에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억만장자 한 명당 매년 평균 19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프코테 다비 옥스팜 기후정책 책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매우 명확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거듭 보여주고 있다"며 "바로 가장 부유한 화석연료 오염 유발자들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1일(현지시각) 유엔 협상장에서 탄소세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래 부유한 선진국들은 부유층과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세 체계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해왔으나 최근 입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브라질의 주도로 기후대응을 위한 부유세 부과 방안이 논의됐을 당시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서방권 선진국들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기존에는 이에 부정적이었던 영국까지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영국은 유엔에서 진행되는 조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며 "우리는 포괄적이로 효과적인 국제 조세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UNFCTC 협상은 올해 2월, 8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열리며 앞서 두 번은 미국 뉴욕시, 최종 회의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정됐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