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검찰개혁안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범여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반성문’을 냈다.

이에 검찰개혁의 후속 입법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2월 내 입법 마무리 일정을 제시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범여권 반발에 정부 '검찰개혁안' 사실상 폐기, 검찰개혁 주도권 이제 국회로

▲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의 힘있게 추진한다는 뜻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14일 충청남도 서산시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두고 “며칠간이라도 걱정을 끼쳐드렸던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당 대표로서 심심하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 입법예고 기간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고 수정·변경이 가능하다. 국민이 충분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대규모 검찰개혁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청와대의 공식 입장도 있었듯이 지금 정부 입법 예고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국민·당원 목소리를 듣고 수정·변경하겠다.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당이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검찰개혁안을 공식 발표한 이후 이틀 만에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수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12일 △중수청의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보완수사권에 대한 언급 연기 △중수청의 수사범위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안(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곧바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뿐 아니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정부안을 준비해온 총리살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검찰개혁안 발표 하루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검찰개혁추진단은 13일 오후 늦게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12일 내놓은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제기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국민의 입장에서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당과 지속적인 협의 및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검찰개혁추진단의 ‘급선회’는 민주당의 강한 반발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당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13일 오전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던 검찰개혁안의 후속 입법도 국회 몫이 돼 민주당 주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정부 주도로 개혁안 작성을 지시했고 민주당도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막상 정부안은 실망스런 형태로 나왔고 이 대통령마저 당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실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검찰개혁 정부법안(공소청, 중수청)은 민주당에서 충분하게 토론하고, 수사·기소 분리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며 “입법의 최종 권한과 책임은 국회에 있다. 역사적 책무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다수 의원들은 지금의 검찰개혁의 ‘골든 타임’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이후에는 6월 지방선거를 맞아 정치권 전체가 급격하게 선거체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검찰개혁은 이제껏 여러 번 시도됐지만 ‘시간 끌기’에 여러 번 타이밍을 놓친 적이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 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이 모든 논란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검찰 개혁이 늦어지는 것, 이것만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역시 같은 자리에서 “지연된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변호사는 13일 MBC라디오 ‘성지영의 뉴스바사삭’에서 “문재인 정부 때 공수청 법안도 다 나왔다”며 “그런데 이것이 법사위 가면 바뀌고 또 의총에서 바뀌고 본회의 가서 바뀌는 그런 걸 너무 많이 봤다. 그때 또 선거 앞두고 하지 말자고 했다”고 검찰개혁 좌초를 우려했다. 

물론 당정 이견 조율의 여지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은 민주당의 ‘일방 처리’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범여권 반발에 정부 '검찰개혁안' 사실상 폐기, 검찰개혁 주도권 이제 국회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소청, 중수청 보완수사권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민주당 안이 받아들여지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교통 정리로 논의를 해 봐야 하는 것”이라며 “일도양단식으로 어느 쪽 안이 무조건 이기고 어느 쪽 안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검찰개혁 정부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2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과거와는 다르다”라며 “지금 (검찰개혁추진단에) 나가 있는 검사들도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검찰이 달라졌으니 보완수사권을 줘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관건이다.

한 의원은 13일 국회 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라고 조심스레 말하기도 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