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민간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노조와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 민간기업 DNA 김정래, 노조와 불협화음

8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과 석유공사 노조는 지난해 2월 김 사장 취임 이후 1년째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래, 석유공사 체질개선 작업 고단한 행군 계속  
▲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최근에는 사옥 매각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잇다.

김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월31일 코람코자산신탁에 울산본사 사옥을 임대조건부(세일앤리스백) 매각 방식으로 2200억 원에 매각했다. 계약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매각 후 최소 5년 이상 이 건물에 입주해야하며 그동안 건물 임대료로 약 430억 원을 코람코자산신탁에 지불해야 한다. 5년이 지나야 다시 건물을 매입할 수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이 투기자본에게 임대료 수익만 주는 엉터리 계약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5년 후 사옥을 다시 사들인다고 해도 땅값 상승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공산이 커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나는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생존에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에 사옥 매각이 꼭 필요했으며 손해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최근 다시 끄집어냈다. 노조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현재 감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전문계약직으로 3명의 고문과 1명의 본부장을 채용했는데 모두 김 사장과 현대중공업 출신이거나 서울대학교 동문이었다. 채용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드러나 채용실무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사규에 따라 특별채용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것으로 아는데 감사원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민간기업 출신이다 보니 이 경험으로 석유공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불협화음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김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성과중심주의, 비용효율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조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취임 후 2020년까지 인력을 30% 감축하고 성과연봉제를 확대한다는 강도높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노조가 특히 성과연봉제 확대를 놓고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안다”며 “김 사장과 노조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석유공사 체질 바꿔낼까

노조와 갈등이 계속돼 경영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김 사장의 임기도 보장할 수 없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9년 1월 말까지다.

6월에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나오는데 여기서 석유공사가 E등급을 받을 경우 김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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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서산 비축기지 현장을 방문해 주요 시설물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E등급이거나 D등급을 2번 연속으로 받은 기관장 가운데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해임 건의 대상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6월 E등급을 받았는데 당시 김 사장은 재임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해임위기를 모면했다.

김 사장이 노조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인력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강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실행하면서 석유공사의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직 실적 발표 전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15년 대비 순손실 규모가 크게 감소했고 영업적자폭도 줄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2015년에 영업손실이 4400억 대에 이르고 순손실은 4조5천억 대를 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구조조정, 조직슬림화, 원가관리 등에 힘을 쏟으면서 경영정상화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은 더 나빠졌다. 2015년 453.08%에서 500%대로 악화해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김 사장은 석유공사의 생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사장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자산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며 “신규차입, 보증 및 대여는 최소화하면서 블랙골드(Blackgold) 매각 등 유동성 확보와 관련된 이슈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대그룹에서 오랜기간 몸담은 ‘현대맨’ 출신 경영자다. 1976년 현대그룹에 입사했고 현대오일뱅크 전무와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종합상사 사장,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역임했다. 경영관련 부서를 오래 맡아 그룹의 주요 신규사업, 인수합병,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지난 40년 가까이 기업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석유공사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